MM2H 비자 신청 조건 개악-주택구매 의무화-영주권 취소

말레이시아 MM2H 비자 신청 조건이 개악된 채 확정됐다. 지난 6월 14일 자이다. 이제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바꾸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독소 조항인 주택구매 의무화가 생기고 플래티넘 비자에게 주겠다던 영주권 부여는 백지화했다. 발표가 보름이 지났지만 후폭풍이 여전하다.

MM2H 비자 신청 조건, 더 엄해졌다

새로 확정된 MM2H 비자 신청 조건은 수많은 비자 대행업체 뿐만 아니라 잠재 비자 신청자들에게서 실망스런 반응을 이끌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표를 통해 설명하겠다. 3가지 비자(플래티넘 비자, 골드 비자, 실버 비자)는 모두 주 신청자의 연령이 만 25세 이상으로 동일하다.

플래티넘 비자골드 비자실버 비자
정기예금 의무 예치미화 100만 달러미화 50만 달러미화 15만 달러
1년 뒤 예치금 인출(1)50%50%50%
Participation fee(2)20만 링깃3000 링깃1000 링깃
Property Value Limit(3)200만 링깃100만 링깃60만 링깃
주택 의무 보유기간10년10년10년
비자 유효기간20년15년5년
소득 증빙nonono
복수 여권yesyesyes
비자 갱신료5000 링깃3000 링깃1500 링깃
등록 부양가족배우자, 자녀, 보모좌동좌동
교육 및 헬스케어 혜택(4)yesyesyes
반입 자산에 세금nonono
주신청자 사망시 가족간 양도yesyesyes
비자 신청 전 건강 검사필수필수필수
영주권 부여nonono
의무 체류 기간90일90일90일
사업, 투자, 일yesnono
확정 발표된 MM2H 비자 신청 조건 가운데 주요 내용.

각주 (1)은 예치 1년 뒤 교육, 주택 구입, 건강, 여행 경비 등의 목적으로만 인출이 가능하다.

(2)참가비는 비자 수속료의 일종으로 납부후 말레이시아 정부가 갖는 돈이다.

(3)Property Value라고 했는데 이를 주택 구매로 번역하지 못한 게 나대지는 포함하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 확신이 서지 않아서 그렇게 번역하지 않았다. 그저 주택 구매로 보는 게 타당하겠다. 그리고 최초 구매 금액보다 비싼 주택으로 교체 구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주택 보유 기간이 새로 적용되는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4)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자녀들의 국제학교 입학 얘기인데, 대부분 동반 자녀를 국제학교에 넣고 있는데, 과거처럼 로컬 학교에도 입학시킬 수 있다는 의미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밖에 ‘특별 경제 금융 지구(Special Economic and Financial Zones)’에 지원하는 비자 신청자(유효기간 10년 비자)의 경우 주 정부의 정책에 따라 주택 구매 하한선이 정해지는 등 조건이 조금은 완화되어 있다. 전에는 없던 예외 조항이다.

MM2H 비자 신청조건 개편 관련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 타임즈 보도.
MM2H 비자 신청조건 개편 관련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 타임즈 보도 화면 캡처.

신청 대기자들의 실망

MM2H 비자 개선을 기다렸던 예비 신청자들은 개악이라며 아쉬워 한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최근 기사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영국의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는 샤비어씨(41)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번 발표로 인해 말레이시아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주택 구매 의무도 넌센스인데 그것을 10년간 보유하라는 조건은 더 안좋다”며 “태국,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나라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비자 신청대행사들은 이번 조처로 약 90%의 잠재 신청자들이 흥미를 잃은 것 같다라는 업계 분위기도 전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종전에 있었던 월 소득 증빙(월 4만 링깃, 약 1200만원)이 없어진 것은 좋지만 다음과 같은 점은 더 악화된 것으로 본다.

  • 예치금의 대폭 인상, 특히 플래티넘 비자 경우 한화로 약 14억원에 육박한다.
  • 주택을 사야하는 의무와 보유 의무기간 10년 부과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실버 비자 경우 그보다 일찍 말레이시아를 떠날 수도 있다.
  • 의무 체류 기간 90일도 장애물이다. 생업이 있을 경우 휴가로만 1년에 90일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해 12월 15일 정부의 개편 안 발표 때만 해도 모든 카테고리에서 똑같이 60일이었다. 훨씬 강화됐다. 그 이전에는 이런 의무 거주 조건이 아예 없었다.
  • 플래티넘 비자 소지자에게는 영주권을 주겠다는 지난 해 12월 15일 정부의 개편 안은 논의 과정에서 없던 일이 됐다.

세월이 가면서 허들 높아지는 말레이시아 비자

MM2H는 이번이 세번째 변화인 듯 하다.

2002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최소 체류일 없이 10년 유효기간의 비자 한 종류만 있었다. 월 1만 링깃(약 300만원)의 수입을 증빙하고, 3개월 은행 잔고로 50만 링깃이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또 50세 이하 신청자는 예치금으로 50만 링깃, 50세 이상은 30만 링깃을 말레이시아 은행에 예치하면 됐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국경을 다시 열면서 말레이시아의 마음은 다 열리지 못했다. 2021년 9월 개편에서는 비자의 고급화 전략을 썼다. 중국인들이 가짜 수입 증빙과 잔고로 제도를 농락한다는 고민이 강했다.

월 수입 증빙을 1만 링깃에서 4만 링깃으로 급격하게 올렸다. 월봉 1200만원을 찍어야 비자 신청이 가능하게 바뀌었다. 3개월 은행 잔고는 50만 링깃에서 150만 링깃으로 올렸다. 예치금 또한 100만 링깃으로 연령구분없이 단일화했다.

이밖에 몇가지 개악이 눈에 띄지만 처음으로 90일 체류 의무가 명문화됐다.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길 기대했었는데, 최근 개편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사실 지난 2021년 개편이 외국인에게 외면을 받은 현실이 이번 개편의 단초였는데도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