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9년차 국제학교 학부모로서 IB교육 PYP 커리큘럼과 영국계 국제학교 IPC 커리큘럼에 대해 비교하며 장점, 단점 등을 알아보려고 한다. 어느 분에게 “IB 초등학교를 피하라”고 짧게 조언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해서 쓰게 된 글이다. 초등교육만 얘기하겠다.

들어가기 전에
IB교육 PYP vs. 영국계 국제학교 IPC 커리큘럼의 장점, 단점이라고 주제를 잡아 놓고 보니까 너무 거창하다. 나는 교육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다. 따라서 이 글은 영국계 캠브리지 교육 과정과 영국계 IB학교 PYP를 겪어보고, 미국계 SAT 스쿨도 다녀본 자녀를 둔 국제학교 9년차 학부모로서 경험을 녹인 것 뿐이다.
하지만 이 두 교육이 미국식 교육 보다는 조금이라도 우월하다는 생각은 있다. Common Core State Standards(CCSS)나 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NGSS) 같은 미국식 교육 표준들은 창의성 같은 것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관식 문제가 거의 없는 미국식 교육에서는 지식의 온전한 습득과 완벽한 이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식을 맹종하는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본고사 시절보다 학력고사 시절 이후의 학생들이 훨씬 학력이 떨어지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객관식 문제의 폐해이다.
미국식 교육으로는 학문의 끝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복지국가가 아니듯, 사실 교육에서도, 고등학교 이하의 교육에서는 당연히 최고와 거리가 멀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리더들을 키우는 대학에서만 제대로 교육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실제 미국 대학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 초등학교는 최고인가? 그것은 절대 아니다.
미국은 인재가 부족하면 세계에서 받아들이면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아무튼 이 글에서는 미국 교육은 이 정도의 설명으로 마친다.
PYP 뜻, IPC 뜻
PYP는 Primary Years Program의 줄임말이다. 따라서 PYP 뜻은 초등교육 프로그램이다. IPC 뜻은 International Primary Curriculum의 줄임말이다. 국제학교 초등 과정이란 얘기이다.
PYP는 IB 교육을 이루는 초등 과정이다. 중학 과정은 MYP, 고교 최종 2년간 디플로마 과정은 IBDP라고 불린다.
IPC는 2000년 영국의 Fieldwork Education이라는 교육기관에서 처음 시작했다. 학생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성장할수 있도록 통합적이고 주제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발됐다. 원래 국제학교나 해외에서 공부하는 영국학생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이후 전세계로 확산됐다.
PYP, IPC 교육 같은 점, 다른 점
두 교육 모두 국제학교 학생들을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국제학교는 일반적인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사회적 계급이 높은 학생들이 다닌다. 이들을 위한 교육은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근대식 국민학교가 만들어진 계기는 문맹보다는 교육받은 사람이 생산력이 높다는 점이었다. 이에 착안한 독일에서 공민교육이 시작했고, 미국도 면화 방직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적극 도입한 것으로 안다.
PYP IPC 교육 같은 점
PYP와 IPC 교육의 같은 점은 대략 4가지이다.
첫째, 주제 중심 학습(Thematic Approach)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주제(Theme)을 중심으로 학습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과목 간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현실 세계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에 대해 공부할 경우 역사, 지리, 과학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따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온전한 지식으로 남게 된다.
둘째, 통합 교과 학습(Integrated Curriculum)이다. 이미 위에서 설명했듯 하나의 주제 내에 통합하여 가르친다. 바로크 시대의 역사를 배우면서 그 시대의 미술, 음악, 과학, 동서양의 세계사 등을 녹여 내면서 배운다.
셋째, 국제적 사고 배양이다. IPC와 PYP 모두 국제적인 시각을 장려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넷째, 학생 중심 학습이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교사는 가이드 역할을 하며,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경험에 중점을 둔다.
PYP IPC 교육 다른 점
PYP와 IPC 교육의 다른 점은 학습 철학 및 접근법에서 다르고, 평가방식도 상이하다.
학습 철학 및 접근법
IB 교육의 PYP는 질문(Inquiry) 기반의 교육을 매우 강조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반면 IPC도 PYP처럼 질문과 응답이 있지만 이보다는 단원별 학습이 더 중시된다. 단원 별로 정해진 목표에 맞춰 학습을 진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평가방식
PYP 교육에서는 학습 과정 전반에서 학생들의 성장을 측정한다. 학생들의 자기 평가와 자기 주도 학습 능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반면 IPC는 평가 기준을 세워놓고 학생들이 얼마나 그 기준에 도달했는지를 체크한다. 즉 전통적인 학습 성취도로 평가한다는 얘기이다.
운영 스타일
PYP는 알다시피 IB학교의 초등과정이다. 6년 동안 일관되게 받는 교육이라는 뜻이다.
반면 IPC는 모든 교육 과정을 IPC로 하는 초등학교는 소수이고, 대부분 일주일에 몇시간 IPC를 편성하는 정도로 운영한다. 모든 교육 시간을 IPC로 편성한 학교는 훨씬 더 IB학교처럼 되고, 1주일에 6시간 정도 편성하는 학교는 보다 정통적인 캠브리지 커리큘럼 영국학교가 된다.
이것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상황이라 다른 나라는 다를 수도 있다.
결론
지금까지의 글이 “IB 초등학교는 피하라”라고 말한 것에 대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자면 그냥 영국계 학교에서도 IPC라는 커리큘럼이 있어 IB 초등 과정인 PYP의 맛을 볼 수 있으며, 그 IPC 조차도 PYP와 달리 지식을 얻었느냐로 평가하기 때문에 더 낫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천재들은 커리큘럼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은 천재가 아니다.
PYP를 Y4에 한 학기 경험했었다. 당시 내 아이는 다른 학교의 1등이었고, 마침 또 다른 학교의 1등도 같이 그 학교에서 만났다. 이 둘은 기존 학생들의 수준보다 훨씬 높았고, 영어, 수학 등 핵심 과목에서 선생님과 많아야 3~4명이 수업을 들었다. 그럼에도 수준은 한창 낮았고, 이 두 학생의 학부모는 서로 일면식이 없는데, 4학년 2학기 때 모두 전학을 하며 빠져 나왔다.
이것은 어느 한 학교의 얘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PYP를 하면 학력결손이 생긴다고 우려한다. 한국 사람들은 교육에는 관심이 많지만, PYP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집의 경우 아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학교에서 배운, 일어난 모든 일을 복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알곤 한다.
IB교육에 대해 환상을 갖는 사람들은 창의력에 대해 얘기한다. 나는 창의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10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창의력은 보통 사람이 창의력을 키운다고 해서 결코 키워지지 않는다. 그냥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그게 뭐 대단한 것이라고.
그냥 보통 사람들은, 또는 보통 수재들은 일방적으로 한방향으로 지식이 전달되는 교습 제도가 좋을 수 있다. 특히 좋은 스승을 만나면 원리까지 쉽게 이해하게 만들어 진짜 지식을 가르쳐준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냥 외우는 경우이다. 외우다 보면 이해가 되는 아이도 생기고, 그런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IB교육은 이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많은 영국계 국제학교들이 비록 IB학교를 하더라도 중학 과정만큼은 MYP를 하지 않고 캠브리지, 옥스포드, 피어슨 애덱셀 중에 골라서 IGCSE 과정을 밟는 것이다. 국제학교 가운데 Full IB학교, 즉 Year 1부터 Year 13까지 IB인 학교가 드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