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 주의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헤이즈(Haze) 주의보가 다시 발령됐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모두에게 해당한다. 헤이즈란 인도네시아에서 농사를 위해 산불을 내면서 생긴 연기가 동남아 일대에 퍼지는 현상이다. 근래 들어 최악은 지난 2019년 헤이즈였다. 올해도 벌써 심상치 않다.

이미 예견됐던 대규모 헤이즈 발생

말레이시아 기상 전문가들은 지난 5월에 이미 올해는 대규모 헤이즈가 발생될 것을 우려했다. 이유는 엘 니뇨(El Nino) 현상 때문이었다.

엘 니뇨는 2~5년 마다 남아메리카 인근의 동 태평양과 중 태평양의 바다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것이 수개월 간 나타나는 기상 용어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은 태평양의 서쪽에 있는데 엘 니뇨 현상이 일어나면 비가 적게 내려서 자연스럽게 건기가 길어진다.

지난 5월 UKM대학의 모흐드 샤룰 박사는 “기후 변화와 엘 니뇨 현상 때문에 올해와 내년 기록적인 온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지난 2019년 심각했던 헤이즈는 주로 인도네시아 밀림 화재로만 이뤄졌던 것을 지적하며 “엘 니뇨가 헤이즈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동안 불법적인 화재와 농업 관행 등이 헤이즈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올해의 경우 기존 밀림 화재에 엘 니뇨 현상이 가세한다는 것을 유념하라는 얘기이다. 엘 니뇨는 지난 5월에 기승을 떨치다가 요즘 다시 발생하는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헤이즈가 다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덮치고 있다. 사진은 세장 이미지를 합친 것이다. 왼쪽부터 2023년 10월 2일 오후 1시경 프탈링자야 공기지수, 그당시 집안의 공기청정기 지수, 10월 2일자 더 선 신문 1면 헤이즈를 다룬 기사.
헤이즈가 다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덮치고 있다. 사진은 세장 이미지를 합친 것이다. 왼쪽부터 2023년 10월 2일 오후 1시경 프탈링자야 공기지수, 그당시 집안의 공기청정기 지수, 10월 2일자 더 선 신문 1면 헤이즈를 다룬 기사.

프탈링자야 182, 샤알람 182

필자가 수일 전부터 헤이즈 상황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점점 더 악화된다는 점이다. 2023년 10월 2일 월요일 오후 1시55분 현재 샤알람의 공기오염지수(Air Pollutant Index)는 182, 프탈링자야도 182로 똑같았다.

말레이시아는 최대 도시 쿠알라룸푸르를 셀랑고르주가 에워싸고 있는 구조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쿠알라룸푸르나 셀랑고르의 두 도시인 프탈랑자야와 샤알람의 공기 지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 쿠알라룸푸르도 182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은 한국산 공기정화기를 작동 시킬 때 발견됐다. 기상대가 API를 뭐라고 발표하던지 간에 최소 2는 곱해야 실제 공기 질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 페낭에서도 경험했다. 공식 발표로 API가 200이 넘을 때 공기정화기의 숫자는 무려 500도 넘었다. 현재 바깥이 182라면 아마도 400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게 나의 경험에서 말해주는 숫자다.

왜냐면 대부분의 나라는 자기 나라의 온도가 쾌적하고 공기가 좋은 것으로 보여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숲속에 온도계, 숲속에 공기질 측정소를 두는 경우가 많다.

말레이시아 일간지 더 선(The Sun)은 2일자 1면 하단 기사에 ‘헤이즈에 대비해 건강에 유념하라’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페낭이 API 130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조호루의 라킨이 155, 쿠알라룸푸르 체라스 144 등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API가 100이 넘어가면 학교에서는 야외 체육활동을 금지한다. 그리고 API가 200이 넘어갈 경우 국제학교는 휴교한다. 지난 2019년 9월 23일이 임시 휴교 중이었는데, 대략 1주일 정도 학교를 가지 않았었다. 그 당시엔 문도 열 수가 없었다. 문을 열면 바깥 세상이 모두 ‘목초액’ 냄새가 났다. 얼마나 탄 냄새가 심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사방 팔방에 목초액을 뿌려놓은 냄새가 진동한다고 보면 된다.

헤이즈 원인 두고 설전 벌이는 말레이시아 VS 인도네시아

프랑스 통신사 AFP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헤이즈를 두고 벌써 으르렁거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환경부 수장인 완 압둘 자파르는 최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남부와 보르네오 중심부와 남부의 밀림 화재가 국경을 넘어 헤이즈를 일으키고 있다”며 위성사진으로 수마트라 52개, 보르네오 264개의 핫 스팟을 증거로 제시했다.

사실 말레이시아의 사라왁주와 사바주는 보르네오 섬에 인도네시아와 함께 위치해 헤이즈 피해가 막심하다.

이에 인도네시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경을 넘는 헤이즈는 없다”며 헤이즈가 인도네시아 국경내에서만 발생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말레이시아는 핫 스폿과 화재난 장소를 구분도 못할거면 부주의하게 말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한편 싱가포르는 지난 2015년, 2019년을 강타했던 헤이즈가 올해와 내년 다시 올 것이라고 예상하며 야외 활동 등에 대한 주의령을 내렸다. 또한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N95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짧은 노출, 실내 등에서는 N95 마스크 착용은 권하지 않았다.

헤이즈 업데이트

업데이트 10월 18일

9월 하순부터 시작된 말레이시아 헤이즈는 여전히 좋지 않다. 18일 현지 일간 신문인 스트레이츠 타임즈(Straits Times)에 따르면 2023년 10월 18일 오전 10시 현재 프탈링자야의 API(Air Pollution Index)가 137, 조한 세티아가 121, 클랑 155, 탕칵 120으로 모두 ‘Unhealthy’ 수준이었다.

필자는 프탈링자야에서 살고 있는데 헤이즈 중간에 비가 많이 올 때는 90 정도로 떨어지고 있지만 그것도 금새 100 이상으로 되돌아가면서 생활의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업데이트 10월 30일

말레이시아 일간지인 ‘The Star’는 2023년 10월 5일 ‘대중에게 가장 최근의 API(공기오염지수)를 제공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정책 당국에게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헤이즈 관련 10월 25일 보도.

그러나 공교롭게 그 즈음부터 매일 몬순에 의한 폭우가 내리면서 계속 공기의 질이 좋아져 이제 헤이즈 이전의 공기로 돌아간 느낌이다. 현재 3~4일 연속 프탈링자야가 AQI가 65에 그치면서 헤이즈 이전에 보통 100 정도 됐던 것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말레이시아의 헤이즈는 지난 2019년에도 그랬고, 이번 2023년에도 그랬듯 9월에 헤이즈가 최악인 경우가 많고, 이후 몬순에 의해 비가 오면 헤이즈는 사라진다. 올해도 최악의 헤이즈는 끝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