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맛집-하롱베이 뜻-하노이 박물관 후기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3박 4일 동안 다녀왔다. 이 글에서는 하노이 맛집,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하롱베이,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베트남의 저력을 느끼게 되는 하노이 박물관을 다녀온 후기를 써본다.

하노이 맛집

나는 베트남 음식의 big fan이 아니다. 또한 하노이 박물관을 다녀오기 전까지 베트남을 좀 아래로 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 소개할 3개 식당의 음식은 ‘꽤 창의적인 음식 문화이다’라고 평가할만 했다. 일본 음식의 야만성이나 문화 결여, 가짓 수 부족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역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답다라는 평가를 내린다.

Tirant 호텔은 시장 통에 있어서 시끄럽지만 베트남의 활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장소였고, 내가 소개하려는 3개의 하노이 맛집과는 모두 10분 이내에 걸어갈 수 있는 곳이어서 좋았다.

하노이 맛집 1-Banh Mi 25

월남쌈의 샌드위치 버전이 반미이다. 프랑스식 바께뜨를 반으로 가른 뒤 그 안에 월남쌈, 즉 스프링롤과 같은 야채와 고기를 채워 넣는 샌드위치이다. 주문을 받아 음식을 만드는 가게가 따로 있고, 그 건너편에 사람들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3개 정도 있을 정도로 크고 손님이 많다.

실제 반미는 프랑스식 바께뜨를 이르는 베트남어이다. 프랑스 식민시절에 만들어진 식문화이다.

아들과 아내는 참으로 맛있다고 먹는데, 나는 솔직히 ‘먹을만하다’ 느낌과 ‘아 이런 맛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것인가’하는 정도의 느낌 사이에 있었다. 하지만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빵이 너무 딱딱해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노이 맛집 2-Bun Cha Ta

하노이의 대표 음식인 분짜를 파는 하노이 맛집이다. ‘돼지고기 동그랑땡 국수’ 정도 되려나. ‘분’은 버미셀리라고 불리는 쌀국수의 일종이다.

숯불로 구운 돼지고기 동그랑땡 같은 것을 쌀국수, 느억(생선소스, 식초 설탕 물 다진 마늘 고추 등의 새콤달콤한 소스)이 제공된다.

첫 입에는 매우 맛있었지만, 두번 째부터는 너무 달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다. 한국 음식에서는 흔치 않은 당도가 매우 높은 음식이긴 했다.

하노이 맛집 가운데 하나인 차카 요리를 파는 카차 탕 롱 식당이다.
하노이 맛집 가운데 하나인 차카 요리를 파는 카차 탕 롱 식당이다.

하노이 맛집 3- Cha ca Thang Long

별을 없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언급된 하노이 맛집이다. 차카 요리를 하는 곳이다. 하롱베이를 다녀온 뒤 오후 9시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문을 닫는다고 해서 그 다음날 점심에 간 곳이다.

한국의 가물치와 같은 물고기가 찐 채 제공되며, 그것을 야채에 볶아서 생선소스를 찍어 먹는 요리이다. 생선소스 때문에 역시나 조금 달긴 했어도 동그랑땡 돼지고기처럼 달지 않아, 매우 좋았다. 매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 답게 음식 문화가 제대로 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 메뉴였다. 이들만의 음식 창의성이 발휘된 듯했다. 물고기의 쫄깃쫄깃함이 살아 있었다.

하롱베이

하노이는 Hà Nội(河內)로서 강 안쪽, 두 강 사이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때의 강은 홍강(紅河, Song Hong)을 의미한다. 홍강 삼각주에 위치해 물이 풍부하다.

여기서 160여 km 동쪽으로 평행하게 떨어져 있는 곳이 세계문화유산 겸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하롱베이가 있다. 베이는 영어로 bay, 즉 만이다. 하롱은 아래 하, 드래곤 용을 의미하다. ‘용이 내려온 만’이라는 뜻이다.

그곳에 처음 가보니 세계적인 진주 브랜드 미키모토의 진주 양식 공장이 보여지고, 안내됐다. 1993년부터 일본이 그곳에서 양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크루즈를 타고 하롱베이의 3곳을 돌아다녔다. 아침 8시 15분부터 오후 9시까지 긴 여정이었다. 하롱베이에서 머문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15분까지였다. 하루를 다 갈아 넣어야 한다.

모든 관광지가 그렇듯, 사진보다 실물은 덜하다. 전문 사진가가 비현실적으로 좋게 찍은 사진은 실물보다 더 나은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용들이 침입자를 공격하던 불똥들이 섬들로 남게 됐다는 그들의 얘기는 그 어떤 판타지 소설보다 그럴 듯하지 않은가.

하노이 박물관

하노이 박물관 (Bảo tàng Hà Nội)은 진짜 가 볼만한 곳이다. 이곳을 다녀온 뒤 베트남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됐다. 그들의 자부심을 이해하게 됐고, 그들에게 경의를 품게 됐다.

간략하게 말하면 그들은 숱하게 쳐들어온 중국을 물리쳤고, 몽골을 패퇴시켰다. 또한 프랑스에 식민지로 먹혔지만 계속해서 무장항쟁했다. 프랑스는 1945년 이후에도 북베트남에서 베트남 공산세력들에게 패퇴한 뒤에도 끊임없이 침략해왔다. 원조 기요틴(길로틴)을 가져와 독립투사의 목을 쳤다. 영국은 프랑스를 비호했고, 미국은 프랑스를 도와줬다. 미국의 닉슨 부통령이 와서 프랑스를 응원하는 사진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하노이 박물관에 전시된 BC 2000~2500년 청동 북. 위의 문양에는 마치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의 문양과 같은 것이 보인다.
하노이 박물관에 전시된 BC 2000~2500년 청동 북. 위의 문양에는 마치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의 문양과 같은 것이 보인다.
청동 북에 새겨진 문양을 확대한 사진. 마치 UFO와 외계인 같은 느낌을 준다.
청동 북에 새겨진 문양을 확대한 사진. 마치 UFO와 외계인 같은 느낌을 준다.

BC 2000~2500년 사이 만들어진 청동 북은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를 생각할 정도로 판박이였다. 그 어마어마한 사이즈와 정교함, 그리고 신석기 시절의 농기구 등을 보면 베트남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느끼게 했다.

한국의 자연사 박물관+독립 기념관을 합쳐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다만 시내를 꽉 채운, 그 많은 서구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이웃 프랑스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이 박물관을 찾지 않았다. 3시간 이상 두개의 박물관 공간을 둘려보면서도 많아야 20, 30명 정도의 관람객 밖에 볼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아무튼 저 뛰어난 문화와 기개를 갖춘 민족이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싶었다. 역사학자가 아니라서, 물론 한국의 친일로 점철된 역사학자 따위는 될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내 나름의 추측을 해봤다.

1858년 다낭 침공을 시작으로 1883년 식민지 신세가 된 베트남은 1945년 독립 선언에도 프랑스가 전쟁을 멈추지 않은 바람에 1954년 프랑스 철수할 때까지 전쟁을 해야 했다. 이후 남북으로 갈린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 그리고 1964년 미국의 통킹만 사건 조작으로 인한 베트남 전쟁(1975년까지) 발발로 인한 참화, 그리고 1978년 중월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국가의 역량을 경제에 집중할 황금기를 놓쳤다는 점이다.

프랑스, 미국, 중국까지 강대국과는 다 싸우면서도 정체성을 지켰지만 1986년 개방정책에도 불구, 출발이 너무 더뎠다는 점에서 베트남의 암울한 미래가 점쳐졌다.

중국이 요즘 잘난 척을 하지만 사실 중국이 자랑하는 5000년 역사에서 한족이 세운 나라는 기원 전후의 한나라와 명나라 밖에 없다. 4500년 이상 식민의 역사이다. 그래서 원나라, 청나라까지 자기 역사라고 우기는 것이다.

그런 중국이 중화사상에 힘입어 사방의 민족을 동이(만주족, 한국), 서융(투르크), 남만(베트남), 북적(몽골) 등 오랑캐라고 불렀다. 동이족이면서 남만의 역사를 보니 “참 이 두 나라 대단했다”라며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