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주가가 대략 시가총액으로는 2조원이다. 파두 매출 500억원에 영업이익이 10%도 되지 않는 팹리스 회사의 가치치고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로 인해 지금 시장에서는 거품이냐, 실제냐로 논란이다. 세계적인 팹리스가 생겼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한번 회사에 대해 공부해보자.
회사 개요
2015년 세워진 신생, 팹리스
파두는 2015년 6월 30일 세워진 시스템 반도체 부품 설계 회사, 즉 팹리스 회사다.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1.5조원의 공모가로 2023년 8월 7일 상장됐다.
이 회사가 설계하는 핵심 제품은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하는 SSD 컨트롤러이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에서는 현재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서 SSD(Solid State Drive)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HDD를 기계적 저장장치라고 한다면 이에 비하여 고성능의 메모리 반도체인 NAND에 기반한 데이터 장치가 바로 SSD이다.
NAND는 비휘발성 반도체이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한 장점이 있는 반면 속도가 느리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NAND를 데이터 센터에서 데이터 저장 장치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NAND를 병렬로 구성해 속도를 높이고, 쉽게 망가지는 NAND의 데이터 손실을 방지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시스템 반도체인 SSD 컨트롤러가 필요하게 된다.
수십개의 NAND를 병렬로 묶고 여기에 컨트롤러를 붙이면 바로 SSD가 된다. 컨트롤러는 발열과 소비전력을 조절한다. 이같은 SSD를 수십개 붙여 놓으면 서버가 되고, 이 서버를 여러 대 갖추면 데이터 센터가 된다.
파두는 이 컨트롤러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파두의 목표 시장
파두는 NAND를 저장장치로 사용하는 제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인 기업용 SSD에 필수적인 SSD 컨트롤러 시장이 목표 시장이다.
SSD는 소비자용 SSD와 기업용 SSD로 크게 구분되며, 기술적 사업적으로 시장이 다르다. 기업용 SSD 시장은 고성능 연산, 데이터 읽기/쓰기의 속도와 품질의 일관성에 양산 기술 측면의 난이도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다.
세계에서도 소수의 기술기업만이 SSD에 대한 개발/양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기업용 SSD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파두의 오늘이 있기까지.
파두가 차세대 컨트롤러(PCle Gen3) 개발에 성공한 것은 2018년이다. 그래 글로벌 전시회인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 샘플을 공개하여 혁신상까지 받았다. 이후 낸드 제조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낸드 제조사들은 대다수 자체 개발에만 관심이 있어서 영업을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파두는 최종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는데, 의외로 호응이 컸다.
빅테크 기업들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애플, 알리바바 등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에만 SSD를 의존하지 않고 다변화를 꾀하고 싶었는데, 파두와 서로의 니즈(needs)가 맞아 떨어졌다. 그때까지는 삼성전자만이 컨트롤러를 자체 제작해 독점공급해왔다.
파두는 빅테크 기업들의 2년에 걸친 퀄리티 테스트에 통과했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낸드 제조사에게 파두 컨트롤러를 붙여 SSD를 만들어오면 받아주겠다고 선언했다.
낸드 제조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솔리다임,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 등 6개사이다. 이 조건을 처음 받아들인 것이 SK하이닉스였다. 파두의 SSD 컨트롤러는 이로써 시장에 확실하게 진입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낸드 제조사들 중 일부는 기술의 어려움으로 인해 컨트롤러 개발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빅테크 기업들은 최소 3곳 이상의 SSD 벤더를 두길 원하기 때문에 파두의 입지가 안정적이라고 한다.
말이 많았던 파두 공모가
파두 공모가 3만1000원으로 결정될 때까지.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해 매출이 발생한 파두는 2024년부터 사업 규모가 회사의 역량에 걸맞는 규모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파두는 지난 4월 진행된 Pre IPO에서 기업가치 1조 8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파두는 매출 564억400만원, 영업이익 48억9600만원, 당기순손실 22억7521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0%가 안되는 것치고는 너무 많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파두가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한 비교 기업으로 3개사를 꼽았다고 한다. 브로드컴, 마이크로칩, 맥스리니어 등이다. 모두 미국의 팹리스 회사인데, 국내에서는 비교할만한 팹리스가 없어서라는 게 이유다.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파두는 2024년과 2025년 추정 당기 순이익을 현재가로 할인한 뒤 PER을 적용했다.
결국 파두는 3만1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파두 매출, 그리고 미래 시나리오
파두는 향후 메모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규격인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관련 반도체, 데이터 트래픽의 효과적인 처리를 위한 네트워크 반도체, 전력 반도체, 그 외에 다양한 연산 반도체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현재 전력 반도체는 시제품까지 나온 상태이다.
파두 기업공개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파두는 2024년과 2025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 추정치로 2024년 3715억원, 2025년 6195억원, 영업이익의 추정치는 2024년 928억원, 2025년 1856억원을 제시했다.
핵심제품인 SSD 컨트롤러와 완제품 SSD, 그리고 신사업 부문인 PMIC에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NH투자증권은 예측했다. 또 2025년 SSD 세계 시장 점유율로 4.9%를 예측했다.
파두의 공개모집이 부진했던 이유?
파두에 대한 수요예측 마지막날인 지난 7월 25일 오후 3시 파인밸류 자산운용이 파두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낸 일이 있었다.
파인밸류는 “SSD 컨트롤로내 시장 점유율 상승은 기대되나, 제한적인 밸류 매력을 감안할 때 신중한 참여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적정주가는 3만1000원이라고 평가했다. 즉 상장후 오를 여력이 없다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제언은 의무 보유 확약도 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한국 증권시장에서 기관 투자가가 상장한 이후 약속한 기간 동안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파인밸류는 이와 관련, 보수적인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파인밸류의 보고서는 일부 예측 능력이 부족한 기관에게는 파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요로만 30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보여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가받는다.
파두 기관 의무보유 미확약 비중 67.5%
파두는 의무보유를 약속하지 않은 물량이 67.5%나 된다. 298만여주는 이미 시장에 매물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15일 확약치가 대기 물량으로 남아 있는데 이는 전제 IPO 물량의 3.69%, 수량으로는 16만3290주다.
파두 주가 전망
올해 최대 관심 주식으로 주목을 받은 파두 주가는 첫날 공모가를 하회했다. 공모가 3만1000원 보다 훨씬 낮은 2만 7600원에 장을 마쳤다. 가운데 표에서 보듯 기관과 외국인은 다음날까지 미친 듯 물량을 던졌다. 의무보유 확약이 없는 물량은 지난 9일까지 3거래일 동안 모두 나온 듯하다.
공모가는 8월 11일 3만 700원에 종가를 기록하면서 거의 회복됐다. 이후 알다시피 4만원 근처(40500원_에서 머물고 있다. 파두 시가총액은 무려 1조 9437억원이다.
아직 신용 잔고율은 0.27%에 불과하다.
주가가 4만원대에서 머물 때부터 매수 주체가 바뀌었다. 지난 16일부터 3거래일 동안 국내 기관은 여전히 팔고,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는 사고 있다.
내년도 영업이익이 928억원이라면 대략 순이익도 이와 비슷할 때 현재 시가총액이라면 PER가 20대 초반이다. 2025년 영업이익이 1856억원이라면 같은 기준으로 PER가 10대 초반이 된다.
기술기업의 PER가 20대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주가가 크게 1년 선행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주식이 된다.
그러나 아직 미실현 이익들이고 전망이라, 신중한 사람들이라면 조심해야하는 구간임에 틀림없다.
난 신중한 사람이라,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SSD 컨트롤러 빼고는 아직 구체적으로 수익화된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2년후 이뤄질 적정 밸류에이션을 기다리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