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특허 분쟁 현황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창업 초기부터 법적 소송에 계속 휩싸여온 툴젠은 처음에는 ‘기술을 빼돌리지 않았다’는 투쟁을 했다면 주인이 바뀐 현재는 ‘내가 이 기술(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최초 개발자’라고 주장하는 싸움이다. 툴젠 주가 전망과 주식 분석을 해보겠다.
국내 송사의 시작과 끝
툴젠은 1999년 10월 서울대 교수였던 김진수 전 대표가 세운 회사이다. 2009년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AIDS) 논문을 발표하는 등 이 기술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김 전 대표는 2012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 박사에게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 직을 제안해 2014년 3월 그를 스카우트했다. 그러나 2018년 9월 서울대 교수 시절 국가 지원비를 받아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 3가지를 자신의 회사인 툴젠에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에 휩싸이며 지리한 법적 분쟁이라는 수렁에 발을 내디디게 된다.
대전 지검이 2020년 1월 김 박사와 툴젠 임원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하면서 본격적인 송사(lawsuit)가 시작됐다.
김 박사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0년 12월 11일 툴젠과 제넥신 공시를 통해 툴젠을 제넥신에게 팔았다. 김 박사는 55만 9505주를 주당 70,488원에 계산해 제넥신 보통주 신주와 교환해 394억여원을 얻었다. 김 박사는 남은 68만여 주를 계속 보유해 현재 2대 주주이다. 1대 주주 제넥신의 지분 비율은 14.1%(111.8만여주)이다.
김 박사는 2021년 2월 1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2022년 2월 2심 일부 유죄 선고유예 판결을 거쳐 2022년 11월 30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국내 소송은 끝이 났다.
김 박사는 2022년 2월 2심에서 일부 유죄가 나오자 IBS에 사직서를 냈다.
툴젠 특허 분쟁 시작 -국제 송사
국제적인 특허 싸움인 툴젠 특허 분쟁은 현재 회사와 국내 언론은 유리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 2020년 12월 1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원천특허를 받은 툴젠은 그해 12월 17일 미국 특허청이 다른 특허와의 저촉심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즉 서로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기 때문에 누가 가장 먼저 발명했는지를 가리는 심사이다. 이미 2018년 이전부터 예고된 분쟁이었다.
저촉은 interfererence로 간섭과도 같은 말인데, 늦게 개발한 측이 특허를 저촉(위반)했다는 의미이다.
서로 자기 권리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상대는 UC버클리대학과 하버드대 브로드연구소이다. 미국은 실제 발명일을 기준으로 특허의 선후 관계를 정하는 ‘선발명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UC버클리 측(소송 이름 CVC)은 동 대학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스웨덴 우메오대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박사가 특허의 발명자라고 주장하는데, 이들은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이 분야의 권위자들이다. 브로드연구소는 미국에서의 출원일은 늦었지만 신속심사제도를 통해 가장 먼저 특허를 등록했다.
각각의 저촉심사에서 툴젠은 진핵세포 유전자 교정 내용을 담은 기출원을 인정받아 심사과정에서 유리한 ‘Senior Party’가 되어 ‘Junior Party’인 CVC와 브로드연구소 입장에선 자신들이 툴젠보다 먼저 발명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툴젠은 2016년 한국과 호주, 2018년 유럽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이미 특허를 등록했기에 분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툴젠 특허 분쟁 현재 – 국제 송사
위의 글들은 2020년 12월에 나온 얘기인데, 2022년 10월 1일에도 같은 얘기가 사실 반복된다. 기자들이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려 있는지, 아니면 회사의 보도자료를 그냥 베껴서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같은 뉴스의 반복이다. 툴젠이 CVC와 브로드연구소를 누르고 ‘시니어 파티’가 돼 특허 분쟁의 승기를 잡았다는 게 골자이다.
그러나 약 19일 뒤인 2022년 10월 20일 뉴스에서는 한달 전인 9월 28일 미국 특허청이 저촉심사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국내 보도가 나왔다. 이유는 분쟁 상대인 2개 기관이 주니어 파티가 된데 대해 항소하고 있어서, 둘간의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저촉조사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툴젠의 특허 유효기간은 점점 만료가 다가 오고 있다. 2012년 10월 미국에 특허를 획득했는데, 만료가 20년 뒤이다. 따라서 상대 측의 시간 끌기 작전에 말리면 이겨도 실익이 없어질까 우려하며 대응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툴젠 특허 분쟁 – 미래를 위한 준비
CVC와 브로드연구소의 소송은 내년 상반기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후 미국 특허청의 저촉 조사가 재개될 것이다.
툴젠은 특허 분쟁을 위한 ‘총알’의 준비를 최근 끝냈다. 지난 10월 31일 공시에 따르면 툴젠은 3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했다. 전환은 내년 11월 2일부터 가능하며, 만기는 5년 뒤인 2028년 11월 2일이다. SP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 등 다수의 헤지펀드가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 말 현재 399억원의 현금성 자산이 있지만 매년 100~200억원의 적자를 내는데다, 돈이 많이 들기로 유명한 국제 소송에 대한 준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툴젠을 둘러싼 걱정 2가지
이제는 4세대 기술, 툴젠은 3세대 기술
4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 ‘프라임 에디팅’은 지난 2019년에 발표됐다. 지금 3세대 기술 ‘크리스퍼’를 놓고 싸우고 있는 브로드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의 데이비드 리우 박사가 국제적인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크리스퍼는 치료 등의 목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하기 위해 특정 DNA를 자르는 기술이다. 그러나 4세대는 특정 DNA를 절단할 뿐만아니라 새로운 유전 정보를 넣어 교정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훨씬 진일보한 기술인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4세대 기술이라고 해도 3세대의 기술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만큼 텔젠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4세대 기술도 여전히 텔젠의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프라임 에디팅 기술을 보유한 ‘프라임 메디신(티커 심볼 PRME)’이라는 회사가 나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10월 20일부터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한 때 17.9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11월 6일(현지시간) 종가는 7.76달러이다. 시가총액은 7.55억달러(약 9898억원)이다.
툴젠은 11월 7일 종가 기준 3116억원이다.
김진수 전 대표의 3개 회사 관여
김진수 전 대표는 IBS 단장에서 물러난 뒤 3개의 바이오 회사와 연을 맺고 있다. 이들 회사는 툴젠의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계없는 2세대 기술 회사라서 법적인 문제는 현재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4세대가 득세하고 있는 유전자 가위 시장에서 김 전 대표의 행보가 이채롭기는 하다고 받아들여진다.
툴젠 주가 전망
지금도 국내에서는 툴젠의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협업을 펼치는 회사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은 올해 1분기 1.5억원, 2분기 1.6억원에 그치고 있다.
다음 사진은 올해 중반 나온 툴젠 관련 뉴스들이다.

좋은 예로 지난 6월 20일 발표된 ‘유전자 바꾼 소로 인공혈액 생산’이란 제하의 기사에서도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앤 소를 만들었고, 이 소의 혈액은 인공혈액을 생산하는데 사용된다고 보도됐다. 또한 이번 면역 거부 반응 제거로 이종간의 이식도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그 것뿐이다. 이게 어떻게 상업화되고, 툴젠에 어떤 이익을 줄지 나오지 않는다.
툴젠 주가 전망이 극도로 어려운 이유이다. 솔직히 4세대가 나오고 김 박사도 떠난 만큼 회사에 희망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주주들은 빵이 어디있느냐고 외치고 싶지만, 사실 바이오기업에게 속도전을 요구할 수도 없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희생 속에 기업은 언젠가는 번창하게 될 것이지만 그때가서 주주에게 환원하는 기업가들은 좀처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