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환율 전망을 해보겠다. 일본이 제로 금리를 해제했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등으로 인한 여파는 없는 듯 하다. 미국 달러 대비 엔화 차트(1년, 5년, 10년, 50년)를 살펴보면서 이 환율이 플라자합의 이전 수준으로 올라가는 긴 여정인지 아닌지 한번 살펴보자.
일본 엔화 환율 전망에 앞서 엔화 환율 현황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1달러 당 엔화 환율이 150엔을 올해 처음 돌파한 것은 지난 2월 14일이었다.
지난해 11월 한때 150엔을 돌파한 뒤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 전망이 맞물리면서 조용하던 환율이 이때 다시 솟구친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 장중에 160엔 마저 깨졌다. 1990년 4월 이후 34년만의 엔화의 초약세이다. 이날 오전 아시아외환시장에서 160.245엔까지 치솟던 환율은 오후 들어 일본 정부의 개입인 듯 154엔대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하면서 약 5조엔(약 44조원)을 썼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엔화의 초약세, 슈퍼 엔저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고금리의 미국 달러의 강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양국의 금리차가 너무 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변수가 되지 못한 제로금리 종료와 엔 캐리 트레이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8~19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 2016년 2월 도입후 8년만이었다.
이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세계적인 금융혼란이 일어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에 진출해 있는 외국 은행의 지점들이 이자 비용이 낮은 엔화로 대출해 달러 내지 필요한 통화로 바꿔서 투자하는 행태가 엔 캐리 트레이드이다.
이러한 엔 캐리 트레이드 금액은 지난해 일본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37조 5397억엔(약 1209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 금리가 쉽게 내리지 않을 조짐이어서 미국에서 돈을 굴리는 게 여전히 유리하고, 일본 역시 서둘러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기존 엔화 환율의 약세 기조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엔화 차트로 보는 엔화 약세
엔화 1년 차트

미국 달러 대비 엔화는 지난 1년 사이 -12.70% 하락했다. 한국 원화는 동기간 -9.97% 하락했다. 이는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 차가 경쟁할 때 일본 차가 3% 가까이 싸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은 주요 수출국 가운데 수출 경합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산업연구원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한일 수출 경합도는 69.2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고로 높았다.
이는 미국(67.9), 독일(61.5), 중국(59.1)에 비해서 높다. 100에 가까울 수록 수출구조가 같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슈퍼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 수출에는 유리해지고, 일본 수입에는 불리해진다.
엔화 5년 차트

이 차트를 보면 지난 2021년 1월 103엔 대로 바닥을 친 이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5년 사이 상승률이 무려 40.63%이다.
동기간 한국 원화 환율은 15.14% 올랐다. 수출 경합도가 높은 양국의 무역에서 일본이 불리함은 자명해진다.
엔화 10년 차트

엔화 차트 10년을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저가는 오르고 고가는 평행선에 갇힌 플랙(FLAG) 형태의 지지선과 저항선을 가졌다.
이제 150엔의 저항선이 뚤린 만큼 저 선의 지지를 확인한 뒤 다시 올라가는 지 살펴야 한다.
이 경우 우리가 100엔당 900원 이하면 ‘고마워’하며 사던 환전 형태를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850원대를 향해서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플라자합의 환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기술적 분석가(차티스트)들은 달러 대비 엔화 차트 50년을 보면 분명히 원형 바닥(Rounding bottom)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지난 35년 이상 진행된 큰 접시 형태의 차트가 그려지고 있다.
저 차트의 추세라면 앞으로 5년 내에 1달러에 250엔인 플라자 합의 때의 환율을 본다 해도 놀랍지 않다. 차트가 그렇게 말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인위적인 환율 조작 합의가 있었고, 현재는 그런 게 눈에 띄지 않으니 그런 일은 없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플라자합의(Plaza Accord 또는 Plaza Agreement)는 1985년 미국 맨하튼의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서방 5개국 재무 장관이 모여 미국의 무역적자 심화를 완화하기 위해 독일, 그리고 특히 일본 환율에 대해 평가절상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환율이 1달러 당 250엔에서 2년 뒤인 1987년 10월 120원대로 절상되면서 잃어버린 30년의 긴 터널에 들어갔다. 일본은 무역 의존도가 높아 이렇듯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의존도가 덜한 독일은 일본처럼 고난을 겪지는 않았다.
플라자합의 때와는 너무 다른 일본의 경제 환경
플라자합의 당시에는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천문학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해 이 환율 조작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도 미국으로부터는 큰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미국의 일부 의원으로부터 제2의 플라자합의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무리한 주장이다.
일본이 미국에게서만 흑자이지, 전체적으로는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에 무역적자가 84조원이나 기록됐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3년 연속 적자로 이어진 것이다. 그만큼 경제 체력이 좋지 않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일본의 증시 호황에 대해 실질 경제의 불황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머니 게임 성격의 인위적인 끌어올림으로 보는 이유이다.
미국의 슈퍼 엔저 묵인 어디까지?
미국은 일본에 대해 지난해 6월 16일 환율 조작 감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 역시 지난해 11월에 제외됐다.
일본 엔화 환율은 공교롭게도 이후 150엔에 도전하는 등 약세로 치달았다. 예전 같으면 당장 미국이 휘슬을 불었을 터이다. 하지만 이미 감시 대상에서 빼줬다.
미국으로선 중국 견제의 아시아 행동대장에 일본을 확실히 임명한 듯하다. 미국 채권을 팔아버리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사주는 충실한 역할을 해주고 있고, 반도체를 빼앗아 한국에게 줬던 예전의 빚을 갚기라도 하듯 이제는 미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연맹을 완성하려면 일본 경제에 힘을 줘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일본 정부도 “(엔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일반 시민이 고통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무책임한 말로 서민들의 고통을 예상하면서도 국가 주도적인 수출경제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또한 잃어버린 30년을 불러 일으킨 스태그플레이션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바라고 있는 측면도 당연히 있다.
따라서 예전에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알았던 1달러= 150엔 선은 이제 지키지 않아도 되는 ‘구두선’이 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인하를 바라는 월가는 이제 다시 9월 금리인하설에 무게를 주고 있다. 일본은행은 7월 금리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엔화를 볼 때는 100엔이 900원 이하여서 싸다고 무턱대고 살 때는 지난 듯하다. 엔화 환율 전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게,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움직여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엔화 예금 계좌 투자는 위험해 보인다. 엔화의 약세가 생각보다 길게 간다면 계좌 만기인 3개월, 6개월 단기 승부를 보기에는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다. 1년 이상을 염두에 두기에도 중동 정세 등 여러 고려 요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