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싫었다. 하지만 서양 매체의 가스라이팅이 너무 심하다. 그들은 손흥민이 위대한 것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손흥민을 틈만 나면 박지성 밑에 두려 한다. 세뇌작업이다. 전직 축구기자 시각에서는 역대 한국 최고 축구선수 순위는 손흥민, 김민재, 차범근, 박지성 순이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1994년 미국 월드컵 현지 취재를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6차례 월드컵을 직접 취재하거나 지원 나간 전직 기자 출신이다.
이 글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박지성을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밝혀둔다. 왜냐면 나는 본문 글에서 그동안 일부 서양 매체에 세뇌된 분들이 1위라고 믿는 박지성을 4위로 끌어내리는 논리를 펼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한 직후 한, 중, 일에 맨유와 투어왔을 때 3국 취재를 동행한 적도 있다. 그의 겸손한 부친과는 최소한 30번은 인사를 텄다. 박지성의 좋은 목소리와 건방지지 않은 태도는 당시 다른 대표들의 태도와 항상 비교가 돼서 오히려 그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손흥민에 대한 의도적 평가절하 탓
2023년 5월 14일 프랑스 ’90min’이라는 축구 플랫폼이 선정한 ‘역대 아시아 축구선수 Top 20’에 1위 김주성, 3위 박지성, 4위 손흥민, 5위 차범근, 10위 홍명보, 17위 김민재가 올랐다. 아주 허무맹랑한 랭킹이다.
2023년 10월 14일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자기들이 선정한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최고 선수 Top10’을 발표했다. 여기서 1위 박지성, 2위 손흥민, 3위 오카자키 신지(일본) 순으로 이어졌다. 참 불순한 랭킹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들은 손흥민이라는 아시아인이 축구를 너무 잘하는 것을 아직도 인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이 골이나 출장수나 거의 모든 면에서 박지성을 추월한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자신들이 보기에 만만한, 사람좋은 박지성을 가장 위에 세우는 것이다.
의도가 있다. 사람들은 ‘손흥민이 그렇게 잘하는데도 전문가들은 박지성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구나. 실제 그런가보다’를 계속 가스라이팅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박지성 보다 별로이면 아직 별로구나’라고 세뇌하는 것이다.
박지성이 현재 손흥민보다 나은 것은 팀의 경력 뿐이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 *회 등은 팀의 영예이다. 개인 사업자인 축구 선수에 대한 평가는 필요 시 팀과 분리되어야 한다. 물론 박지성이 그 당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스타팅 멤버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칭찬해도 넘치지 않는다. 그는 선구자이다.
그러나 나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22/23시즌 이탈리아 나폴리를 33년 만에 우승시키면서 세리에A 최고 수비수로 우뚝 선 것으로 이미 박지성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싶다.
올해 발롱도르 순위(2023년 10월 31일 발표)에서 수비수 가운데 가장 높은 22위를 기록한데서도 그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박지성은 발롱도르 30명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손흥민은 지난 2022년 10월 18일 발롱도르 순위에서 30명중 11위로 끝냈지만 이는 역대 아시아 축구 선수 최고순위였다.
박지성만 잡고 늘어져서 미안한데, 박지성을 차범근 감독보다 밑에 놓아야 하는 냉정함을 이해해달라. 차범근은 서구인의 눈에는 당시 축구 개발도상 대륙 아시아에서 온 기적, 그 자체였다.
기록으로 본 손흥민 박지성 김민재 차범근
이들 선수가 국가대표로서 공헌한 것은 지대하다.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논하는 평판은 유럽에서 쌓은 명성이고, 얼마나 빅 리그에서 활약했느냐를 얘기하고 있다.
유럽은 흔히 예전부터 빅 3리그가 최고였다. 90년 대 만해도 이탈리아 리그, 이후 시점을 나눠 말하기 애매하지만 스페인 리그, 이후 잉글리시 리그로 주도권이 넘어갔고, 이후 메시나 호나우두가 스페인에 적을 두는 것을 보면 스페인=잉글랜드❯이탈리아 수준 정도 되는 듯하다. 그리고 바로 그 밑에 독일 분데스리가 정도 꼽아줬다.
70년, 80년대는 우리 눈에게는 분데스리가가 최고 수준이었으나 그때도 다른 축구리그도 힘을 쓸 때였던 것으로 안다. 프랑스 리그는 솔직히 네덜란드 리그보다 실력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5대 리그로 불리는 것 같다.
4명의 선수를 설명할 때 순서는 글의 흐름상 손흥민, 박지성, 김민재, 차범근으로 하겠다. 주로 박지성을 벤치마크로 해서 상대 평가이기 때문에 이런 순서가 이해를 돕는다고 본다.
손흥민 – 의도적 저평가에도 불구 세계적인 공격수
올해 31세인 손흥민은 2010/11시즌부터 2012/13시즌까지 3년간 독일 함부르크 1군에서 뛰었다. 이미 주전으로 뛰며 정규리그에서만 73경기 20골을 기록했다. 이후 2013/14시즌부터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2014/15년까지 2년간 뛰면서 정규리그에서만 62게임 21골을 터뜨렸다.
이후 2015/16시즌에 대망의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해 첫해는 적응기로 다소 침체돼 3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못미치는 4골, 1도움에 그쳤다.
전의를 불태운 그는 2016/17시즌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2023년 11월 14일 현재 280경기 111골 53도움을 기록했다.
유럽 4대 리그에서 지금 13시즌 째 스타팅 멤버로 뛰고 있다. 게다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개인 수상도 빛을 발한다.
2021/22시즌 23골로 득점왕(골든부트) 1회, 이달의 선수 4회(2016년 9월, 2017년 4월, 2020년 10월, 2023년 9월), 올해의 골(2019/20시즌) 등이다. 한국인이 이 중 어느 것 하나만 이뤄도 100년 역사에 남을 기록일 것이다. 그런데 역대 한국 최고 축구선수 1위가 아니라고 유럽에서는 폄훼하고 있다.
박지성- 현역시절 영국 최강팀의 주축 동양인 선수
박지성(42세)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개의 폐’를 가진 선수로 빼어난 기동력의 소유자였다. 당시 아시아 선수가 맨유의 황금시절에 주축 선수로 뛴다는 것은 엄청난 뉴스였다.
그는 사실 볼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의 움직임이 좋은 선수였다. 그의 침투나 유인으로 공간이 생기고, 그 틈을 공격수가 공략하며 골을 만드는 공식이 통용됐다. 또한 그를 무시했다가 그냥 뚫려줄 경우 골까지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엉성한 퍼스트 터치라는 한국 축구 선수의 고질만 없었다면 더 빛날 수 있던 선수였다.
그는 정규리그에만 154경기, 19골, 21도움을 기록했다. 즉 24세부터 33세까지 10시즌 동안 한 시즌에 15.4경기, 1.9골, 2.1도움을 기록했다는 의미이다.
그가 아무리 2007년, 2008년, 2009년 프리미어 리그 3연패의 맨유 황금 시절 주축 멤버라고 해도 손흥민의 평균 기록에는 역부족이다. 손흥민은 올시즌을 제외한 지난 8시즌에 걸친 프리미어 리그 활약에서 연 평균 33.5경기, 12.9골, 5.6도움이다.
이것은 인종차별적 시각이 아니라면 무조건 상대평가에서 손흥민 손을 들어줘야 옳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 서양 매체나 이것을 평가없이 단순 전달 보도하는 한국 매체나 모두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김민재 – 2023년 세계 최고 수비수(발롱도르 최고순위)
여러분은 김민재와 박지성 중 누가 더 위로 평가받아야 하느냐할 때 타성에 따라 그냥 시쳇말로 ‘무지성’으로 박지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 가기 전에 머물던 이탈리아 리그 나폴리에서 이미 모든 것을 보여준 선수이다. 대표팀 소집때 손흥민과 불화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더라도-사실 나도 그중에 하나임- 그가 이룬 것은 대단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유럽 3대 리그에서 ‘올해 최고의 수비수’로 뽑혀 발롱도르 후보에까지 올랐다라면 얘기가 끝난 것이다. 여러 시즌 가늘게 긴 것보다 얼마나 세계 축구에서 높이 올라갔느냐가 필자의 기준이다.
나폴리에서 35경기를 뛰면서 이적 첫해에 이달의 수비수를 받았다. 항상 시즌 초가 되면 공격수에게 상이 가지 수비수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동양인 수비수에게 말이다. 그는 온갖 편견을 뚫고 팀과 자신을 정상에 우뚝세웠다.
27세인 그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창창하다. 하지만 첫해에 올림픽 금메달을 하나 딴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다른 선수는 10년 동안 개인 메달 없이 단체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나는 김민재의 금메달 하나에 더 점수를 준다. 이렇게 우열을 가리는 상황이라 ‘위대한 박지성’에게 매우 미안하지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일부 한국인들을 위해서 하는 평가작업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차범근 -갈색 폭격기, 동양 축구의 선구자
올해 70세인 차범근은 독일에서, 유럽에서 여전히 레전드이다.
25세에 공군 제대후 곧바로 독일 하위권 팀인 다름슈타트로 이적해 이듬해인 1979년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해 4년 간 뛴 뒤 1983년 바이에르 레버쿠젠으로 옮겨 6시즌을 더 뛰었다. 독일에서 11시즌을 뛰었다. 무려 35세까지 뛰었다. 마지막 시즌인 1988/89 시즌에도 30경기에 나서 3골을 기록했다.
그 이전에는 1979년부터 1986년까지 7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85~86시즌 17골은 역대 아시아 선수 최다골이며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308경기<다름슈타트 1경기, 프랑크푸르트 122경기(46골), 레버쿠젠 185경기(52골)>는 한동안 외국인 최다 출장기록이었다. 그의 리그 98골은 외국인 선수 최다골 기록으로 그의 은퇴 10년 후에야 깨질 정도로 굳건했다. 그는 11기즌 동안 옐로 카드 단 1장에 그칠 정도로 모범적인 선수였다.
게다가 차범근은 1980년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한 뒤 곧바로 팀을 유럽챔피언(UEFA컵)으로 만들었다. 1981년에는 리그 FA컵(정식 명칭은 DFB-포칼)에서 우승, 1988년에는 레버쿠젠의 UEFA컵 우승을 이끌었다. 두차례 유럽챔피언이다.
역대 한국 최고 축구선수 순위 결론
프랑스의 90min의 김주성 1위는 사실 아시아 축구를 비꼬는 패러디일지도 모른다. 김주성이야 훌륭했지만 국제적 업적은 충분치 않다. 대우에서 독일 보쿰으로 임대돼 2시즌 동안 34경기 4골을 넣은데 그쳤다.
김주성은 국가대표 경력으로도 76경기 14골이다. 차범근, 손흥민, 박지성에 미치지 못한다.
차범근은 136경기 50골, 손흥민은 114경기 38골, 박지성은 100경기 13골, 김민재는 53경기 4골이다.
따라서 나는 역대 한국 최고 축구선수 순위로 1위 손흥민, 2위 김민재, 3위 차범근, 4위 박지성을 꼽겠다. 기준은 철저히 스포츠 기자 출신 기준이다. 금, 은, 동 순위이다. 즉 철저히 개인 성과 위주의 평가를 했다는 뜻이다. 개인 성과가 같으면 그 다음은 팀 성과로 넘어갔을 것이다.
외국 매체들이 그들 자국민을 상대로 가스라이팅하는 것을 내가 참지 못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현명한 축구팬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박지성을 폄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정말 오해이니까 노여워하지 말길 바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들 4명은 향후 100년간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의 레전드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