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vs 영국식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우열반 운영 차이-수월성 교육 공통점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우열반에 대해 얘기하겠다. 영국식 국제학교와 미국식 국제학교를 번갈아 다녀본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영국식, 미국식 우열반 운영의 차이가 흥미롭게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식 교육은 우수반을, 영국식 교육은 우열반을 운영하는 차이가 있다. 수월성 인정은 공통점이다.

도입 –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우열반 운영

미국식 교육과 영국식 교육은 모두 수월성을 인정한다. 이에 따라 해외 국제학교에서도 그런 철학은 이어진다. 수월성(excellence)을 인정한 교육이란 문자 그대로 뛰어난 자질을 가진 학생들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도록 가르친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기계적인 평등교육과 대척점에 있다.

미국도 이런 수월성 교육을 전담하는 고등학교들은 당연히 있다. 한국처럼 과학고, 수학영재고 등이 있다. 가령 IMSA(Illinois Math and Science Academy)는 다른 미국 고교와 달리 3년제인데, 입학시험으로 SAT 성적을 내게 했다. 다른 고교생들은 대학을 갈 때 내는 SAT 성적을 입학 사정 기준에 넣을 정도로 대단한 학교이다.

미국의 수월성 교육은 이런 특수학교 뿐만 아니라 공교육 영역에서도 진행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예 다른 트랙(track)에 태워 더 빨리 진도를 나가도록 도와주는 우등반을 운영한다.

이들 학업 우수학생들을 ‘gifted and talented’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은 한국적 의미의 뛰어난 영재는 아니다. 상위 10%를 이런 식으로 대접해준다.

영국은 아예 우생학적으로 접근한다. 머리 좋은 종과 나쁜 종을 구분하는 듯하다. 입학생은 CAT4(4개 분야의 인지능력검사)를 의무적으로 치고, 재학생은 2년에 한번씩 이 시험을 친다. 이것으로 우열반을 가리지는 않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업 잠재력을 이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학생을 ‘판단’한다.

그리고 학업 능력에 따라, 이르면 Y7(7학년, 미국계 6학년 G6와 동급)부터 과목에 따라 우열반을 만든다. 아무리 늦는 학교라도 해도 Y9에는 우열반을 운영한다. 10학년부터 부분적으로 11학년에는 대대적으로 ISCSE 시험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우수반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진짜 문자 그대로 우수반, 보통반, 열등반 등을 모두 운영하는 게 최소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우열반 상황이다.

미국 교육-우수 학생에겐 ‘추월차선’ 달리게 한다.

필자의 자녀가 미국식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를 다니던 때다. G3와 G4 때였다. 이 학교에서는 수학 문제를 내주고 일찍 푸는 학생들은 교실에서 나가 교실 앞에서 머물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그 학교의 특성상 교실 밖은 그냥 야외였다. 문제를 먼저 풀고 나와서 자유 시간을 갖는 것은 좋았으나 밖에서는 무더위와 모기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때문에 아이들은 일희일비했다. 하지만 서로간 경쟁심 때문에 천천히 풀지도 않았으니, 서로 빨리 뛰쳐나오기 경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이 학교는 G6가 되면 Pre Algebra를 먼저 공부할 학생을 선별한다. 미국 수학이라는 것이 보통반은 G7에 Pre Algebra(대수학 전단계), G8에 Algebra1(대수학 1), G9에 Geometry(기하학), G10에 Algebra2(대수학 2), G11에 Pre Calculus(미적분학 전단계), G12에 Calculus(미적분학)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학교는 우수 학생의 경우 1년 빠르게 수학을 올라가게 해준다.

그러나 이 학교는 이런 우수반 편성이 느린 편이다. 보통 2년은 빠르게 진행하도록 기회를 줘야 G11, 늦어도 G12에 대학 교양수준의 수학인 AP Calculus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1~2학년에 교양과목으로 편성된 과목을 고등학교에서 먼저 이수한다는 개념의 AP(Advanced Placement) 제도는 우수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많이 5점(만점)을 맞고 이수해야 하는 게 목표이다.

그러니 수학 같은 과목은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11학년에 AP를 끝내놓아야 12학년 개학후 맞는 1학기 가을에 명문대학 ED(early decision/조기 입학 사정)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 교육은 우수 학생에게는 추월차선을 제공한다. 따라서 이들 우수 학생 G7에 Geometry 수업을 보통 진도의 G9 학생들과 같이 받도록 허락한다.

그러나 이 학교를 아이가 그만둔 것은 수학 등의 패스트 트랙이 미국의 다른 학교들에 비해 늦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AP과목을 이 학교는 평균 3.3개 정도 밖에 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영국 교육-추월차선은 없다. 분리는 있다.

최소한 초등학교에서는 우열반이 없는 미국학교와 달리 일부 영국식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수학에 관한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우열반은 운영된다고 봐야 한다.

필자의 자녀가 그런 경우라서 잘 안다. Y3(G2)이 되니 어느 순간 3~4명이 수학시간이 되면 4학년 교실로 이동했다. 거기서는 여러 개의 4인용 테이블이 있는데, 수업이 진행될 때마다 자리를 이동했다. 제일 잘하는 4명의 아이들이 헤드 테이블을 차지했다.

어느 순간 헤드 테이블은 아이의 몫이었다. 아이는 그 교실에서는 더 이상 이동 없이 5학년 수학, 6학년 1학기 수학까지 4학년 교실에서 마쳤다. 겨우 3학년을 마칠 시점에 말이다.

이런 게 영국교육의 특성같다. 능력이 있으면 더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때부터 아이의 수학을 3년 선행시키는, ‘유난 떠는 아빠’가 졸지에 되어 버렸다.

2년 반만에 돌아온 영국교육에서의 중학교 2년차

아이가 다니던 미국식 국제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겠다는 판단을 한 뒤 찾은 이 영국식 국제학교는 소위 가성비(money for value)가 높은 학교다. 중가의 학비에 꽤나 좋은 대학입시 결과를 자랑하는 학교이니까.

그 이유는 있다. 세컨더리 스쿨(7~11학년)이 시작되는 Y7부터 무려 6개 과목에서 우열반을 운영한다. 영어, 수학, 과학, 말레이어(말레이 바하사), 중국어(만다린), 체육이다.

재미난 얘기부터 하자면 운동을 못하는 아이에게 체육 상급반에 배정받은 일은 재앙이었다. 그냥 중급반이나, 하급반에 자리가 없어서였다. 1년간 상급반에서 체육을 하면서 능력이 안되니 급우들이 아이를 ‘왕따’하고 팀에 끼워주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운동 신경(motor skills)이었다. 이후 Y8에서는 하급반으로 재편성돼 서로 수준이 맞는 학생들끼리 재미있게 체육을 한다.

이 영국식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우열반 운영은 한 학년에 6반이나 되는 큰 학교인 까닭에 과목마다 3~4개 수준(운영은 6~8개반, 상급 2반, 중급 2반, 하급 2~4반)으로 나눠진다.

미국식 학교에서는 만다린을 고교 때부터 하는 이유 때문에 2년반 동안 하지 않았던 만다린은 Y7에는 초급이었고, Y8에는 초급 2에 편성됐다. 초급 2에는 중국어로 집에서 말을 하는 소위 ‘말차(Chinese Malaysian)’ 친구들도 있는 반이다. 이보다 더 높은 중급반에는 한국 여학생도 편성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만다린이 몇개 반으로 나눠져 있는지 모른다. 공부에 흥미없는 아이들은 더더욱 모를 것이다. 그저 수준에 맞는 학생들끼리 별다른 위화감없이 잘 다니는 듯하다.

영어는 대략 3개 반으로 나눠져 있는 듯하다. 초급, 중급, 상급으로 말이다. 재미난 것은 중급반에 있으면 영어 성적이 좋아도 A를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하는 그룹이 아니었다는 점이 평가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것은 이 학교뿐만 아니라, 페낭의 POWIIS도 그런 것을 확인했다. 영국식 학교의 평가방식같다.

미국 학교는 이런 점에서 다르다. 우수반 아이는 Honor 수업을 받는다. 그 경우 성적에 가중치를 더 받는다. 보통 진도의 학생은 가중치 없이 성적을 받는다. 따라서 전교 수석도 영어 A, 전교 꼴찌도 A를 받을 수 있다. 전교 꼴찌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A를 받을 수 있으니까.

실제로 자녀가 다니던 미국식 학교의 졸업생 평균 평점이 4.0 만점에 3.9를 넘는다. 한두해의 얘기가 아니다. 이러니 모두들 자기 잘난 맛에 학교를 다니고, 공부보다는 운동을 잘해야 또래 집단에서는 더 차별화가 되고 인기가 많다. 공부만 하면 바보(nerd) 취급 받는다. ‘너만 A냐, 나도 A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말레이어 수업은 한국 학생의 경우 대부분 하급반이다. 문제는 이들이 말레이어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수업중에도 딴 짓하고 노는 모양이다. 현실적으로 말레이어와 인도네시아어는 80%는 서로 통하는 언어로서, 향후 크게 각광받을 수 있는 언어인데 기회가 될 때 배워두는 게 좋은데 말이다.

재미난 얘기를 또 해보자. 아이가 Y8에는 초급 2반으로 승급했다. 하루는 상급반 문제와 똑같은 시험을 치고 왔다. 58%를 맞췄다고 했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겨우 58%네요”라고 하자, 선생님은 “네 점수가 제일 높아. 그리고 상급반도 50% 넘는 아이가 절반 밖에 안돼”라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아이는 말레이어를 말로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중급반 중간시험 문제를 보니 A4 용지 4분의 3에 걸친 독해 문제도 있는 등 매우 어려워 보였다. 그럼에도 90%인가, 94%인가를 받아 최고점을 받아왔다. 이것을 본 같은 반의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미쳤다. 진짜 이게 너 점수냐”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그들은 인도계, 중국계 학생들이다. 즉 그들도 말레이어를 배워가는 단계이다. 토착 말레이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에서 영어, 펀잡어, 만다린, 광둥어, 호켄어 등 가족들이 쓰는 언어를 쓰다가 학교에서는 3개 언어(영어, 말레이어, 중국어)에 노출이 되어 있다. 그들에게도 말레이어는 제 2 외국어이니 그들의 국적과 실력은 무관하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영어가 우수반이 아니면 A를 못받는 방침은 제 2 외국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개인 경험이기 때문에 과학, 수학 등의 과목에서도 최상급반이 아니면 학점 제한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영어만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으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우열반 운영에 대해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