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MM2H 비자 개편안이 지난해 12월 15일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 발표됐다. 현재 여전히 세부적인 조정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학교와 주택 구입을 연계하는 중국인들에게 여전히 인기 선택지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왜?
말레이시아 MM2H 비자, 중국인 선호 2위
말레이시아 부동산 정보 뉴스사이트인 ‘디 에지 말레이시아 닷컴(theedgemalaysia.com)’은 4일 “말레이시아 MM2H 비자가 중국인 주택 구매자 사이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중 2위”라는 제하의 기사를 올렸다.
이 매체는 말레이시아 부동산 컨설팅회사인 IQI 글로벌의 보고서를 인용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인 주택 구매자 사이에서 인기 순위를 매기면 1위 태국, 2위 말레이시아, 3위 베트남이라고 보도했다.
IQI 글로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태국은 2018년부터 줄곧 1위를 달려온 나라이다. 그리고 베트남이 2위에 랭크됐으나 2023년부터 말레이시아에 추월을 허용했다. 이 세나라는 지난 5년간 줄곧 TOP3에 든 국가였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실제로 MM2H 비자 소지자 1위
중국인에게 말레이시아가 이렇듯 인기를 끌다보니 실제 말레이시아 MM2H 비자 시행 이후 비자 소지자 수 통계를 내보면 중국인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2024년 1월 말 현재 기준으로 집계된 말레이시아 MM2H 비자 소지자는 총 5만6066명으로 집계됐다. 국적 별 소지자는 아래 표와 같다.
순위 | 국가 | 소지자 수 |
1 | 중국 | 24765 |
2 | 호주 | 9265 |
3 | 한국 | 4940 |
4 | 일본 | 4733 |
5 | 방글라데시 | 3604 |
6 | 영국 | 2234 |
호주의 경우 은퇴자 위주로 많이 살고 있다. 특히 페낭 북쪽을 가보면 호주, 영국인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한국의 경우 국제학교 학부모들이 많은 듯 하다. 매년 가디언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불편이 만만치 않아서이다.
그렇다면 중국인이 이처럼 말레이시아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QI 글로벌 CEO 카쉬프 안사리는 “중국 바이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실제로 살고 싶어한다. 동시에 말레이시아 부동산 투자를 좋은 투자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인들은 그들의 자녀를 현지 국제학교에 넣겠다는 공통적인 욕구가 있다. 그리고 영국과 다른 유럽 사람들처럼 은퇴 후 말레이시아에서 사는 게 라이프스타일과 경제성 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동향을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학원을 금지하면서 영어를 배우려는 열망이 해외로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향후 2년간은 말레이시아가 (중국인에게) 현재의 위치를 보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드는 마당에 말레이시아는 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중국인들은 부동산 가치도 향후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제학교에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 일본인
코로나 이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로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인들의 말레이시아 유학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게 눈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중국인의 공습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국인들도 국제학교에 속속 입학하고 있다. 페낭의 어느 학교의 경우 중국인 9명, 한국인 6명을 한반에 편성해 부모들이 울쌍이 된 케이스도 있었다. 두 그룹 모두 영어로 소통이 안돼 불편이 이만저만하다는 게 아니다.
게다가 80년대 호황 속에 ‘미국에게 배울 게 없고 일본 만의 학문이 있다’는 투로 미국 유학, 영어 학습을 놓아버렸던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신문이나 공식적인 루트에서 확인되지는 않지만 그동안 한국인만의 세계 유일의 슬픈 ‘종특’이었던 ‘기러기 유학’을 일본도 감행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일본의 관습 아래에서 감히 하늘 같은 남편을 놔두고 자녀와 함께 말레이시아 유학을 떠나오는 것이다.
이미 8년째 살고 있는 필자 가족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주택 임대 수요가 늘면 임대 가격이 오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학급은 과밀해지게 마련이다. 25명이 정원인 반에서 그동안 20명 공부하던 것을 25명이 한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과밀해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중국 학생들과만 있었던 역사 말다툼이 이제 일본 학생들과도 해야 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말레이시아 MM2H 비자 개편안 독소 조항
구분 | 2021 9월부터 | 개편안 | ||
카테고리 | 단일 비자 | 실버 | 골드 | 플래티넘 |
예치금 | 100만링깃 | 50만링깃 | 200만링깃 | 500만링깃 |
유효기간 | 5년 | 5년 | 15년 | 영주권 자격 |
신청자 연령 | 35세 이상 | 30세 이상 | ||
은행잔고 증명 | 150만링깃 | 미발표 | ||
월 수입 | 4만링깃 | 미발표 | ||
체류 일수 | 90일 | 60일 |
2016년에 MM2H를 받은 입장에서는 2021년 9월 ‘개악’은 충격적이었다. 월 수입 4만링깃은 현재 환율 1링깃 당 285원을 곱하면 1000만원이 넘는 수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자 유효기간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비자 처리 비용도 올렸다.
게다가 플래티넘, 골드, 실버 등으로 등급을 나눠 종전 고급 전략 일변도에서 겪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엿보였다.
아무튼 개편안의 독소조항은 여전히 의무 체류기간이 될 것 같다. 60일로 줄인다고 해도 MM2H가 그동안 추구해오던 부유한 은퇴자들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월 수입 조건 등이 상향되는데 이를 충족시킬만한 은퇴자는 현실적으로 건물 소유주 등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경우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말레이시아 정부는 벌써 개편안 발표 이후 네달 가까이 개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개편 정책은 실패?
지난 3월 29일 발간된 NST 온라인판에 따르면 발급 조건을 대폭 올린 2021년 9월 MM2H 개편은 겨우 47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신청자 23명, 가족 24명 등 모두 47명이다. 중국과 대만이 가장 많은 두 나라라고만 밝힐 뿐 정확한 숫자는 공표하지 않았다.
대신에 ▲남아프리카공화국 3명 ▲미국, 독일, 네덜란드 각 2명 ▲일본 터키 방글라데시 각 1명으로 보도됐다. 이에 따라 중국과 대만 합쳐 35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신촌’을 만들었듯, 중국과 대만도 각각 정치적, 지진위험 등을 고려하면, 가장 중국어가 잘 통하는 말레이시아를 ‘신촌’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