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전망-39개월 내 초강세 이유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이 39개월 만에 가장 강세를 띠고 있다. 2024년 9월 26일 오전 10시 현재 미국 달러 대비 링깃 환율은 4.15이다. 전날 4.11까지 강세를 띠다가 이날은 4.15로 약세를 띠고 있다. 링깃 환율이 강세인 이유는 무엇일까? 링깃 환율 전망과 함께 알아본다.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변동

미국 달러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1년 차트. 출처 : xe닷컴
미국 달러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1년 차트. 출처 : xe닷컴
미국 달러 대비 한국 원화 환율 1년 차트. 출처 : xe.com
미국 달러 대비 한국 원화 환율 1년 차트. 출처 : xe.com

위 2개의 환율 차트를 보면 지난 1년 사이 링깃 환율과 원화 환율이 얼마나 가치가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제일 위 차트는 미국 달러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1년 차트로서 1년간 -11.50%, 즉 달러에 11.5% 절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화가 같은 기간 -0.60%, 즉 0.60%만 절상된 것에 비해 큰 차이이다.

이는 고스란히 재정환율인 링깃 대 한화 환율을 10% 이상 오르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환율이란 서로 다이렉트로 통화를 교환하는 환율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아 달러가 매개체가 되어 달러 대 링깃, 달러 대 원화의 환율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서로의 통화 교환 비율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유로화는 달러 대비 -4.89%, 일본 엔화는 -2.74%를 기록했다. 한화 만큼 약세를 띤 통화는 특수 상황의 나라 정도 밖에 없다. 예컨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12.04%), 슈퍼 인플레이션으로 민생이 도탄에 빠진 터키(+25.58%), 아르헨티나(+176.66%) 밖에 없을 것 같다.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강세 이유

말레이시아 정치 안정

말레이시아는 지난주(9월 16~20일)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였다고 말레이메일은 9월 23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이 지난 1월 이래 미국 달러 대비 약 10% 절상됐다고 했다. 이는 싱가포르 달러, 호주 달러, 일본 엔, 유로에 비해 강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국 원화에는 비할 바 없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말레이메일은 링깃 환율 강세 이유로 주로 정부가 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젤유 보조금 개혁, 산업 매스터 플랜,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같은 변화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재정 개혁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봤다.

또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종전 정적들을 포용함으로써 연합 정부를 깨뜨리지 않는 것이 오랜만에 정치적 안정감을 주면서 글로벌 펀드들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하며 지난 8월 말까지 글로벌 펀드가 약 5억 달러의 말레이시아 주식에 투자한 성과도 소개했다.

부자 감세를 통한 세수 부족으로 과학 예산도 지난해 깎는 등 정부의 사업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정적을 400차례 이상 무리하게 수사하는 한국 정부와는 크게 비교되는 행보이다. 한국의 정치 불안정이 우리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학부모들에게 추가로 비용을 지급하게 하는 셈이다. 환율이 절상되지 못해서 말이다.

말레이시아는 2020년 ‘말레이시아판 이명박’ 나집 라작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사직한 뒤 2년 반 동안 3명의 총리가 세워질 정도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졌다. 2020년 3월 무히딘 야신, 2021년 8월 이스마일 야곱, 2022년 11월 현재의 안와르로 바뀌었다. 이제 정치가 안정화되는 분위기이다.

경제성장률, 강 위안화, 외국인 투자, 원자재 가격 상승

비즈니스타임즈는 25일 링깃 환율 강세 이유로 크게 4가지를 꼽았지만 4번째 이유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는 모든 나라에 해당하기 때문에 생략한다.

이 매체는 지난 2분기 말레이시아 경제성장률이 5.9%에 달해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민간 소비는 활발하고 무역도 순조로웠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중앙은행(BNM) 총재 압둘 라시드 가푸르는 “링깃의 강세는 부분적으로 말레이시아의 굳건한 경제전망과 구조적 개혁에 의해 견인됐다”고 밝혔다.

또다른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강세 이유로는 강한 중국 위안화의 힘을 꼽았다.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말레이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자리잡았다. 이로 인해 위안화의 변동은 직접적으로 말레이시아 경제에 영향을 줬다.

중국의 위안화가 지난 2023년 5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7.01(24일)을 찍을 만큼 강세를 띠고 있는 게 링깃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 이전에는 한국이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Proxy) 통화가 되어 서로 연동되었지만, 이제 한국 원화는 동조화가 끝난 상태이고, 말레이시아 링깃으로 프록시 통화가 대체된 것이다. 그럼에도 위안화 환율은 달러 대비 지난 1년간 -3.85% 밖에 절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유 또한 필자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밖에 근본적으로 말레이시아는 3차산업(서비스)가 가장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이고,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 그리고 원자재 수출이 많은 나라이다. 즉, 천연가스, 석유, 고무, 주석, 팜오일 등이 대표적인 원자재인데 올해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이것이 말레이시아 경제를 굳건히 떠받쳐 환율 상승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링깃 환율 전망

한국과 링깃의 교환은 어차피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일단 양국의 경제상황을 살펴보는 게 링깃 환율 전망의 첫 걸음이다.

말레이시아 경제는 일단 잘 돌아간다. 지난 19일 복수의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8월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당초 시장의 예상치인 11.8%(로이터 통신 전문가 예측)를 소폭 능가하는 수치이다. 8월 무역수지 흑자는 13억3000만 달러(약 1.76조 원)에 달했다.

한국경제도 대외무역에 관한 한 마찬가지이다. 사실 가계부채 등의 시한폭탄, 내수 경제의 괴멸적 상황도 이미 외국에 잘 알려지고 IMF까지 경고할 정도이라서 지금은 경제 하나로 환율이 매겨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일단 한국경제만 놓고 보면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8월에만 38.3억 달러(5.09조 원)의 흑자를 냈다.

말레이시아의 한 외환 전문가는 “미국 연준의 점보 컷(큰 폭의 금리인하)은 저평가된 말레이시아 링깃을 자극하며 자본시장에 큰 돈이 쏠리게 만들어 환율이 오른 것”이라며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내리면 링깃 환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추가 절상에 무게를 뒀다.

지난 7월 초 중국의 신화통신사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경제가 탄탄한데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더라도 말레이시아 금리는 3%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도 환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망은 대체적으로 맞으나 최근 3달간 너무 가파르게 링깃이 강세를 띠어 중단기적으로 수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링깃 환율은 약세로 전환할 것이기 때문에 링깃 구매는 다소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솔직히 나는 요즘 320원까지 치솟은 요즘 링깃 환률이 부담스럽다. 2010년, 2011년에는 400원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나는 2026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살았기 때문에 259~305 정도에서만 변동하는 것을 본 듯하다.

지난 3개월 간의 링깃 환율은 정상적인 절상으로 보기에는 너무 가팔랐다. 다시 300원 이하로 떨어질 날을 기다리면서 마지막으로 말레이시아, 한국, 중국, 일본의 대 달러 환율 월봉(monthly candle) 차트를 한번씩 보자.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월봉 차트외 한국, 중국, 일본 환율 차트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 월봉 차트외 한국, 중국, 일본 환율 차트

지난 4개월의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의 절상 각도를 보면 살벌할 정도이다. 20개월, 60개월, 120개월 이동평균선을 차례로 격파하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그에 비하면 다른 나라 통화는 평가절상 각도(표에서는 하락 각도)가 완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바보 같은 통화처럼 느껴지는 한화는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매력이 없어지며 20일선 위에서 여전히 맴돌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20일선을 뚫고 60일선을 향해 갈만큼 평가절상의 분위기이고, 일본 엔화 역시 한화와 비슷한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일본이 기준 금리를 올리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일면서 세계 증시가 파국을 맞은 가운데 한국 등 동아시아는 더욱 극심했다. 일본은 기준 금리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올해는 더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게 호되게 질책을 받은 뒤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는, 그 어떤 금리정책도 올해 안에는 실시하지 않겠다는 반성문에 다름 아닌 선언이었다.

아무튼 비정상적인 링깃의 절상 속도이기 때문에 차츰 한화의 격차를 줄일 것이란 게 이 긴 글의 요약이다. 다만 링깃이 금리 유지로 매력을 발산하고 한국은 가계 대출의 폭발 위험에도 금리를 낮출 경우 지금 보다 더 비싼 환율은 물론,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상으로 링깃 환율 전망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