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넥서스국제학교를 찾은 것은 오픈데이가 열린 2024년 8월 23일 금요일이었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가장 뜨거운 학교 2개를 꼽으라면, 이미 소개한 헬프국제학교와 IB학교인 이곳 넥서스국제학교라고 할 수 있다. 학비, 교육 과정 등을 따져보면 이만한 학교들이 없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넥서스국제학교 기본 설명
생각보다 입구가 초라했다. 인터넷으로 봤을 때 조감도가 보여주는 웅장함은 찾을 수 없다. Nexus 오픈데이 때 게이트 C가 정문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싶어 행사 끝나고 귀가 길에 일부로 정문을 가봤는데, 역시 옹색해 보였다.
교장 선생님만 남자이고, 초등 교장과 중등 교장이 모두 여자였다. 모두 나와서 학교를 소개했다. 이 학교는 테일러교육재단 소속이다.
테일러교육재단은 국제학교를 여러 곳, 다양한 학비,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짰다.
UK커리큘럼의 정점에는 IGCSE와 A레벨의 가든국제학교(학비 최고가), ISCSE까지만 있는 테일러국제학교(학비 중가, KL과 푸총 2곳 캠퍼스)가 있다. 넥서스국제학교(학비 고가)는 IGCSE와 IB교육을 제공한다. 호주식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은 AISM(학비 중고가)을 선택할 수 있다.
테일러교육재단의 일원이 되면 가든국제학교가 만든 3종류의 학교 대항 수학대회에 참여할 자격이 부여된다. KLJMC(쿠알라룸푸르 주니어 매스 챌린지 7, 8학년)가 원조인데, 올해 상반기 KLSMC(시니어 챌린지 11~13학년)이 론칭됐고, 오는 11월에 KLIMC(인터미디엇 챌린지, 9, 10학년)가 새롭게 출범한다. 물론 대회에 참가하려면 학교 대표가 먼저 되어야 한다.
이 대회에는 소위 가장 비싸고 가장 공부를 잘한다는 영국계 3대장 학교, 즉 앨리스스미스학교, 가든, BSKL이 나온다. 그리고 넥서스, 테일러, AISM이 합쳐지고, 나머지 학교는 그때 그때 초청된다. 헬프, ELC, 텐비, ISP, 세인트조셉 등이 자주 초청된다.
넥서스국제학교 세부 설명
넥서스국제학교는 13학년까지 있다. 세계 35개국에서 온 7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한다. 11개국에서 온 100명의 교사가 있다. 준비된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원어민 교사가 90%로 표시되어 있지만 총괄 교장 선생님은 75% 정도라며 정직하게 설명했다.
이 학교의 특징은 숲속 학교(Forest School) 인증을 말레이시아 최초이자 유일하게 받았다는 점이다. 어린 학생들이 교정 한켠에 있는 숲속에 들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학습하는 것을 영상으로 보니 매우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는 IPC(International Primary Curriculum) 교육 과정이 강조됐다. 이것은 영국식 학교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다 하는 것이다. 다만 이게 전부 편성되어 있다면 그것은 거의 IB 초등학교의 PYP와 같은 프로그램이 된다.
IPC는 학문의 통섭적 접근이라고 보면 된다. 가령 폼페이 화산을 배운다고 하면 역사, 지리, 과학, 예술 등이 함께 따라 간다. 이 학교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초등 학생들이 발표할 자료를 집에서 준비하고 가야 한다. 리서치, 프리젠테이션, 디베이트 등의 과정이 수반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어떻게든 잘하게 되고,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거의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다. IB초등학교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IPC이다.
카이스트 합격이 불러온 나비효과 – IB학교
벌써 3년이 지났다. 한국인 여학생이 45점 만점을 받아 KAIST에 합격한지. 넥서스는 그 이후 2년 연속 카이스트 한국인 합격생을 배출했다. 올해에는 44점을 맞은 한국인 남학생이 옥스포드대 화학과에 합격하는 경사를 맞았다.
이들 2명과 또다른 IGCSE 수학 세계 톱을 마크한 학생 1명 등 3명이 학교 벽면에 자랑스럽게 얼굴과 성과가 새겨져 있었다. 총 10명도 안되는 벽에 말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IGCSE 11학년에는 총 70명, 3반이 있는데 한국인 학생이 무려 20명이다. IB 과정은 50명만 뽑는 것으로 안다. 이들 20명이 모두 IB로 향할 때는 전체의 40%를 한국인이 차지하게 된다.
10학년부터 합류한, 한 한국인 여학생은 한국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학생들도 모두 순하다고 귀띔한다. 어떤 국제학교에서 정글처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을 겪은 필자로서는 부러운 학교 분위기였다.
넥서스 IB의 매력에 빠지기 전 고려사항
첫째, 학교 입지이다.
말레이시아 행정 수도인 푸트라자야에 있어서 한국인 생활 인프라스트럭처가 멀리 있다. 가장 가까운 과외, 식당밀집지역이 수방이다. 과외 등의 이유로 한국인들이 몽키아라, 암팡, 수방 등에 몰려 사는 이유이다.
둘째, 평범한 IGCSE 시험성적이다.
넥서스국제학교의 IGCSE 시험 성적은 솔직히 별로이다. 많은 우등생 학부모들이 망설이는 이유이다. 대개 A~A* 비율이 55% 안팎이다.
다시 말해 IGCSE를 시험친 넥서스 학생 가운데 A를 하나라도 받는 학생의 비율이기 때문에 그렇게 달성하기 힘든 기준은 아니다. 헬프가 65% 안팎, 앨리스스미스 등이 75% 안팎인데 비춰볼 때 많이 약한 편이다.
셋째, 카이스트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학교에서 2명을 뽑지 않았다.
카이스트가 외국에서 고교 3년을 공부한 학생을 1년에 뽑는 인원은 40명이다. 카이스트는 서울대, 연대와 마찬가지로 IB학생을 매우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레벨 합격자는 1년에 40명 중 1, 2명에 그친다는 얘기가 흘러 다니는데, 그럴 것 같다는 짐작은 간다.
문제는 카이스트가 말레이시아 졸업생을 중국, 베트남 등지의 학생들에 비해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라는 점이다. 실제 매년 1명 정도만 말레이시아에서 뽑았다. 2023년인가 모처럼 IGBIS에서도 합격생이 나와 두 학교에서 경사가 나는 초유의 일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따라서 자신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한국 학생이 넥서스에 갈 경우 카이스트는 일단 접어두는 게 정신건강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이것을 누가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를 행하는 학생이 결국 입시에서는 승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려 사항. 넥서스의 도서관이 매우 좋다는 점이다. 시설은 그리 좋지는 않지만, IB학생들을 위한 수험서 코너가 따로 있고, 초등생 코너, 중학생 코너가 2개 층에 걸쳐 있었는데, 책이 아주 많았다.
필자가 겪어본 최고의 도서관은 페낭의 달랏국제학교이다. 그보다는 덜 멋있고 책이 적지만, 달랏 도서관이 초고교급 도서관이라서 그렇지 넥서스도 영국학교 치고는 꽤 좋다.
도서 구입비를 많이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경우 말이다. 초등 이야기 책들은 얇고 시리즈가 많아 다 마련하려면 돈도 많이 든다. 학교 도서관에서 하나씩 하나씩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넥서스국제학교 학비가 그만큼 비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 하나만 보고 넥서스에 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