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요즘 한국학생, 중국학생들이 넘쳐난다. 코로나로 인한 공백을 ‘보복 유학’으로 메꾸려는 듯하다. 8년차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학부모로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 단점, 그리고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와 페낭 국제학교 장단점을 함께 비교해보겠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은 냉정히 보면 국제학교가 주는 장점과 말레이시아이기 때문에 주는 장점이 혼합되어 있을 수 있다. 단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을 의식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장점 1- 다양한 가격대의 학교 공존.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는 전국에 180개가 넘는다. 영국식 케임브리지 커리큘럼 국제학교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국식-미국식 IB 학교는 5개도 안된다. 프랑스, 호주, 캐나다, 아랍, 인도 국제학교도 있다.
그러나 영국식 케임브리지 커리큘럼 덕분에 연간 학비가 500만원대부터 3000만원 넘는 학교까지 다양하게 있다. 다시 말해 저렴한 영국식 학교가 많다는 얘기이다.
영어가 안통하는 태국의 비싼 영국식 학교 또는 치앙마이 등에 있는 미국식 크리스천 계열 국제학교보다 저렴하다. 치안이 걱정되는 필리핀의 크리스천 계열의 국제학교 보다 역시 싼 학교가 많다.
장점 2- 지리적 이점.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한국이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다. 쿠알라룸푸르 기준으로 편도 6시간 30분이면 도달한다. 인기 조기 유학국가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는 편도로 10시간이 넘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가 오고 가기 힘들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도 비슷한 거리이지만 학비, 치안, 언어 문제 등을 생각해보면 이곳이 가장 낫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장점 3- 안전한 치안.
이슬람 율법이 엄해서 그런지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다. 물론 소매치기, 오토바이 거짓 사고 등은 있지만 무서운 사고는 한국인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장점 4- 공부는 선택이다. 안할 수도 있다.
이것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만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국제학교가 갖는 장점일 것이다. 대개 국제학교 학부모들은 아이가 공부에 압박받지 않으며, 창의성 있는 교육을 받거나, 공부를 못하는데 영어 하나라도 챙기면 하는 바람으로 국제학교를 보낸다.
세계의 지식이 영어로 쌓여 있어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국제학교를 선택한, 즉 공부하기 위해 국제학교를 선택한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인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서는 크게 두 부류의 한국학생이 보인다. 공부에 신경 쓰는 소수, 공부에 신경 쓰지 않는 다수이다.
장점 5- 중국어 학습 가능.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으로 유학원에서 끊임없이 홍보하는 대목이다. 중국어까지 욕심 내는 아이들은 극소수이다. 대부분 영어도 제대로 못 따라가는데 중국어를 어떻게 하겠는가.
영어 학원도 가길 싫어하는데, 중국어 학원을 어떻게 달래가며 보내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깨달아서 하지 않는 한.
중학교에 올라가 보면 다 보인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어 초급반에 편성되어 있지만, 온지 5~7년 된 한국 아이들이 여전히 초급반에 있다는 사실을.
그래도 한 명을 흐믓하게 본 적이 있다. HSK 3급에 합격한 Y7의 한국 여학생을 보고, ‘참 열심히 사는구나’라고 느꼈다.
장점 6-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
우연찮게 올해 들어서만 싱가포르에서 ‘귀순’해온 2가족을 만났다. 그들은 싱가포르에 비해 말레이시아가 너무 싸다면서 신나게 쓰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300만원을 줘도 스튜디오 원룸인 경우가 많은데, 말레이시아에서는 100만원(3500링깃)만 내도 괜찮은 콘도미니엄을 구할 수 있다. 요즘 영국에 대학생 한명을 유학 보내면 1억 8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말레이시아는 진짜 물가가 양호하다. 외식 물가는 아직 한국의 80~100% 정도라고 봐야되나?
게다가 쇼핑 천국이다. 매우 큰 쇼핑몰이 최소 10개 이상, 동네 인근의 중간 급 이상의 쇼핑몰은 부지기수로 있는 곳이 쿠알라룸푸르와 인근 도시이다. 마트를 가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나 있는 외국 유명 식료품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호주, 뉴질랜드는 기본이고 영국, 프랑스 등의 유가공 제품 등이 즐비하다.
한국에서는 이마트, 하나로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글로벌한 제품들이 발에 채인다. 브랜드만 놓고 보면 더 유명한 상품들을 살 수 있는 곳이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 말레이시아이다.
장점 7- 동남아 호주 등 여행하기 좋다.
말레이시아는 저가항공사 에어 아시아의 홈이다. 인도 타지마할, 태국 푸켓,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발리,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한국에서 출발할 때보다 훨씬 싸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기러기 아빠’가 휴가 내서 오면 이 곳은 곧바로 여행의 베이스 캠프로 전환된다.
장점 8- 영어가 통한다.
이곳은 말레이어, 중국어(만다린, 광동어, 복건어), 힌디어 등이 쓰이는 곳이다. 이 때문에 공용어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이들이 사는데 필수이다.
골목만 들어가도 영어가 안되는 홍콩과는 영어 수준이 다르다. 일상 생활 시장 등에서도 영어는 통하기 때문에 살기 편하다. 높은 수준의 영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단점
아이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를 4군데 다녔다. 영국 케임브리지 초등과정, 영국 IB 초등과정, 미국 AP 초등학교, 다시 영국 케임브리지 중학과정을 다니다 보니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한 ‘오차 허용 범위’가 넓어졌다. 나름대로 너무 기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허무하게 무너질 때도 많다.
단점 1- 미국식 국제학교가 적고 가격대도 다양하지 않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미국식 국제학교는 너무 비싸거나(ISKL), 너무 놀리거나(MKIS), 국적이 불분명하거나(IGBIS), 너무 종교적(페낭 Dalat)이거나, 아직 보여준 게 없거나(OASIS) 등의 이유로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에는 갈만한 데가 없다.
그렇다고 조호바루의 값비싸지만, 미국 정규교사들로만 채워지지도 않은 국적 불명의 미국학교 Raffles, Shattuck-St. Mary도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AP를 하면서 한국으로 명문대를 가고 싶은 미국 국제학교는 이곳에 없다고 봐야 한다.
단점 2- IB학교가 상대적으로 적다.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곳인 싱가포르는 사실상 IB 과정이 많다. 한국의 경기중, 경기고처럼 중학교도 입시로 들어가는 싱가포르이고 주입식 교육이 횡행하지만, 국가별 AI 발달 순위에서 한국을 앞서기도 하는 창의적인 나라이다.
이런 나라가 IB를 하는 것은 그만큼 좋은 커리큘럼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렵고 가장 대학에 맞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IB 고득점은 명문대로 가는 열쇠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최근 들어 2개교나 IB과정이 없어졌다. 2년전 Sri KDU가, 지난해에는 SJIIM(Saint Joseph Institutional International School)이 IB과정을 없앴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IB 과정이 교사 수급도 어렵고, 교사도 더 비싸고, 학생 선발 수는 적은, 수익성 없는 게임일 수 있다.
충격적이게도 SJIIM은 코비드 상황에서 45점 만점을 마구 퍼준 결과로 자격이 박탈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놀랍지 않다. 너무 반칙을 했기 때문이다.
Sri KDU는 IGCSE에서 탑 티어 학교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내오면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던 학교였지만 재단이 바뀌면서 학교가 이상하게 변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을 비롯해 학생들이 탈출하고 있다. ‘엑서더스’이다.
아무튼 말레이시아 IB 학교는 비싼데 공부를 잘하는 상위비율이 빈약한 ISKL, 공부를 잘 못하는 MKIS, 성적이 들쑥날쑥한 IGBIS 등 미국계 3학교와 꾸준히 우수한 성적의 Nexus국제학교, 다들 꺼리고 교사진도 최대 약점으로 지적 받지만 성적은 나쁘지 않은 Fairview 등 영국계 2학교만 남아 있다. 이 5개교는 KL과 인근에 있다. 페낭에 1곳(Interantional school of Penang 또는 별칭 Uplands), 조호바루에 2곳(Malborough College, Sunway)이 있다.
Sunway국제학교는 쿠알라룸푸르 본교도 캐나다 IB를 하는데, 학구적인 학교는 절대 아니다. 결국 갈만한 IB학교는 현재로선 Nexus 정도이다. 그런데 Nexus 역시 IGCSE 성적은 형편없다. 희한하게 IB 성적만 좋다. IB 선생님이 좋고, 장학생이란 ‘용병’이 뛰어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국 IB학교를 가려면 말레이시아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선택 폭이 너무 없어서이다.
단점 3- 학교가 무책임하다.
국제학교를 다니다 보면 학교 당국은 대부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가령 아이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겨도 명백한 폭행이 이뤄지고 증명이 되지 않는 한, 나서지 않는다. 말로 이뤄지는 욕설 등이나 위협적인 행동역시 증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넘어간다. 재수 없으면 그 학생과 떨어지기 전까지 최소 1년 간은 괴롭다.
또는 선생이 문제를 일으킬 때는 학교는 똘똘 뭉친다. 특히 백인 선생들은 더욱 그렇다. 수업 중 질문한 학생에게 비인간적인 반응을 보여, 이 학생이 시정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고압적으로 오히려 학생을 압박한다.
한국인 학생 4명이 10일 간 정학을 당했는데, 학생 A가 학생 B를 때리려고 화장실로 끌고 갔고, C,D는 말리려고 따라 갔다는데 4명 다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 B는 집단으로 맞았다고 항변한다. C, D는 말리려고 들어갔다고 항변한다. 분명 B와 C,D 중 어느 한편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영어가 짧다는 이유로 분명 어느 한쪽은 덜 징계를 받아야 하는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국제학교를 8년 다니면서 영어 통역을 하느라 각종 사건사고에 모두 끼어들었는데, 보람있는 결과는 거의 없다. 학교 당국의 비겁함만 느낀다. 카투사(미군부대)로 근무해봐서 ‘대국’ 미국의 옹졸함은 잘 아는 편인데, 영국인도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느낀다. 역시 WASP의 원조는 다르다.
학비가 비싸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한 학교도 교사가 출산휴가를 가는 예정된 공백인데도, 실력 없는 대체 생을 구해 공분을 사고 있다. 선생들이 결근을 밥먹듯이 하는데도, 그 시간 대체 선생이 투입되서 하는 것이라곤 대개 자습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때 학생들은 신나게 게임을 한다. 그리고 주변 얘기들을 들어보면 다들 비슷하다.
올해 아들이 최악의 선생을 만났는데 영국의 UCL이라는, 6대 명문 대학 정도 되는 학교 출신 교사가 영어 교사로 부임해 기대가 컸다. 그런데 기분 나쁘다고 수업을 안하고, 떠든다고 수업을 안하고, 성격은 괴팍하고, 게으르고, 무책임해서 걱정이 크다. 그녀의 수업을 받는 다른 학년 학생들도 지금 끓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코비드 이후 꼬인 교사 수급 때문에 학교는 그녀를 비호하는데 급급하다.
음악 시간에 무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악작품을 만드는 과제를 수업 중에 하게 됐다. 15분만에 마친 학생이 선생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동하다가 애플리케이션이 닫혀 버렸다. 선생님은 남은 시간 35분 동안 충분히 학생에게 다시 할 기회를 줄 수 있었지만, 그냥 ‘안됐잖아’ 하면서 ‘너, 저기 가서 벽보고 남은 수업시간 동안 서있어”라고 윽박지른다. 도대체가 교사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 자질이 없다.
한국같으면 큰 일이 날텐데, 너무 그런 것도 문제이지만, 이곳은 제어 수단이 없다. 선생이 슈퍼 ‘갑'(upperhand)이다.
단점 4- 수질과 공기질이 나쁘다.
이 부분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단점이 아니라 쿠알라룸푸르와 인근 셀랑고르 주의 단점일 것 같다.
쿠알라룸푸르와 셀랑고르의 물과 공기질은 형편없다. 수도물에 달아놓은 필터가 1주일도 안돼 까맣게 변한 것을 보면 속이 시커멓게 탄다. 국민 1인당 자동차 보급률이 한국보다 훨씬 높아 대기 가스로 공기의 질이 나쁘다. 미세먼지 농도가 100 정도가 ‘디폴트 값’이다.
자동차 보급률에서 한국은 2023년 상반기에 50%를 막 넘었다. 말레이시아는 2019년에 이미 61%를 넘었다.
단점 5- 운전하기 부담스럽다.
이 부분도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단점이 아닌,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느끼는 단점이다. 말레이시아는 대중 교통이 한국처럼 잘 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한집에 차가 2, 3대인 중산층이 많다. 도로도 크고 많은데, 차는 더 많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오토바이가 교통 흐름을 방해하며 다닌다.
게다가 운전석이 한국과는 반대인 오른쪽에 있어 처음 운전에 익숙해지는데, 여성 운전자의 경우 애를 먹는 분들을 제법 봤다.
단점 6- 한국학생, 중국학생들이 물을 흐린다.
중국은 2년전부터인가 과외 금지령이 내려졌다.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중국인들이 대거 말레이시아에 들어오고 있다.
학비가 거의 3000만 원에 육박하는 한 학교도 중국 학생들이 아예 영어를 못해 선생님이 중국어로 대화해야 하는 일까지 생겼다고 개탄한다. 한국 학생도 미어터지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학생들 경우 하나 같이 욕을 한다. 그것도 듣기 심한 상욕을 한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가. 부모들만 모른다.
이들의 특징은 서로 몰려 다니며 학교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다. 영어를 잘못하니, 서로 의지하다 보니 군집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점 7- 과외 시스템이 신통치 않다.
중학교부터는 페낭, 조호바루 등지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전학오는 경우가 많다. 과외시스템이 말레이시아 2대, 3대 도시에 미비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외가 필요없는 자기 주도적 학생들에게는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단점으로 꼽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쿠알라룸푸르라고 해서 모든 곳에 과외 시스템이 잘 깔려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이 많이 몰려사는 몽키아라에 한국 학원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 것 빼고는 학원 밀집 구역은 없다고 보면 된다.
가르치는 시스템도 많이 다르다. 가령 수영의 경우 자유형이 아닌 평영부터 가르친다든지, 피아노의 경우 한국식 진도가 아닌, ABRSM이라는, 영국식 음악실기 평가시스템 아래에서 가르친다. 또한 학원 셔틀이 다니지 않아 기본적으로 부모가 학원 등하원을 자차로 해야 한다.
학원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학원을 구하기도 힘들고, 구해도 매일 한시간 수업 들으러 Pick/drop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대다수는 학원 인근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차에서 기다려야 할지, 커피숍에서 기다려야 할지, 일주일에 몇 번씩 괴로운 일이다.
단점 8- 영어 느는 게 더디다
말레이시아는 영어가 통하는 곳이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와 같은 100% 영어권 국가가 아니다. 학교에서만 영어를 사용하지 밖에서 사용할 기회도 적다. 사실 이것은 영미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결국은 클래스메이트들이 영어 원어민이 아닌 경우가 많기에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는데 2~3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한다.
필자의 자녀 경우, 만 5세에 와서 Y1(한국의 유치원 마지막 해)부터 다녔는데 현재 Y8이다. 아직 만족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주변의 한국 애들 거의 그렇다. 필자의 자녀의 경우 공부를 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매우 잘한다.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배우고 시험을 치면 압도적인 차이를 내왔다. 심지어 그것이 바하사 말레이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영어 마스터는 쉽지 않다. 영어 우열반에서 최상급이고, 스펠링 비 대회에서 2년 연속 수상하고, 수상 올림피아드에서도 챔피언이 되고, 학교 수학대표로 나가 말레이시아 최강을 자랑함에도 불구, 영어는 완벽하지 않다. 이 말들은 자녀 자랑이라는 팔불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보가 아닌데도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를 완성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만 5세 기준으로 이곳에 와도 최소 6~7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3년 걸린다는데 여기는 확실히 더디다. 한국 초등 3, 4학년에 오면 그것을 5~6년으로 단축할 지 모르겠다. 이미 뇌 속에 한국어라는 운영체계(OS)가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내 자녀의 경우 한국어 OS가 없다 보니, 다시 말해 영미권 국가에서처럼 압도적인 양으로 영어 OS로 다시 포맷되지 않다 보니,어중간한 듀얼 OS로 가다 보니 오래 걸린다고 보고 있다.
영어 때문에 국제학교를 택하는 분들에겐 확실히 나쁜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국제학교는 영어로 공부하는 곳이지 영어를 배우는 곳은 아니다. 국제학교를 준비하는 분들은 영어를 많이 준비하고 아이를 투입해야하지, 무턱대고 투입하면 아이를 바보 만들고, 패닉 상태에 빠지게 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 vs 페낭 국제학교 장단점 비교
국제학교 초등 과정을 2~3년 다니려고 한다면, 아니면 초등과정만 끝내려고 한다면 페낭 국제학교가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에 비해 훨씬 낫다.
조호바루 국제학교는 어떤가? 거기를 놀러만 가봐서 잘 모르기 때문에 대답하긴 힘들지만 싱가포르에 매주 놀러갈 것 아니면 다른 장점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서 페낭으로 옮겨온 사람들을 자주 봤다.
페낭 국제학교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은 수준의 교사진이라면 같은 학년 대비 최대 1000만원은 싸다. 페낭 국제학교 초등 과정은 가장 들어가기 힘든 Dalat을 비롯해 Uplands, POWIIS, Saint Christopher, Tenby, Stonyhurst까지 대부분 원어민 교사이다.
페낭에서는 1년에 800만~900만원만 내면 될 것을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로 가면 1400만~1500만원을 내야같은 수준의 교사를 만난다.
둘째, 물과 공기가 다르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데 물과 공기의 질은 좋아야 한다. 나는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페낭을 권하고 싶다.
셋째, 섬의 북쪽에 국제학교가 몰려 있는데, 교통이 그렇게 심하게 나쁘지 않다. 한국 가정이라면 대개 학교와 최대 20분 이내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길이 단순해서 운전도 어렵지 않다. 금방 익숙해져서이다.
넷째, 물가가 쿠알라룸푸르보다 싸다. 외식비가 10~15%는 더 싼 느낌이다. 외식을 이곳 저곳에서 많이 하는편이라 아는 축에 낀다. 렌트비도 같은 연식이라면 페낭이 조금씩 더 싸다.
페낭 국제학교가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에 비해 단점도 있다.
첫째, 스케일이 적다. 말레이시아의 2대 도시라고는 하지만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페낭은 쿠알라룸푸르에 비하면 한적한 어촌 마을이다. 볼 것도 없고, 갈 곳도 없고, 그냥 은퇴한 백인들의 휴양지, 딱 그 수준이다.
둘째, 과외 인프라스트럭처가 약해 중학교부터 쿠알라룸푸르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셋째, 중학교부터 선택 폭이 좁다. 초등학교야 페낭이 최고이지만, 중학부터는 고민이 된다. Dalat은 AP 과목을 4개 이상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어 결국 한국 최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Uplands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저렴한 IB학교이지만 아웃풋의 꾸준함이 결여 되어 있다. POWIIS는 A레벨 학교라서 한국에서 알아주지 않는다.
신생 Stonyhurst는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중국인 9명과 한국인 6명을 한반에 편성하는 등 너무 중국, 한국인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
너무 적나라하게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단점을 말하고, 페낭 국제학교와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를 비교한 것 같다.
유학원에서 말해주지 않는 얘기들이다. 아마 대강 맞는 말이라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이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단점에 압도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 오랫동안 수많은 학부모들이 말레이시아를 거쳐가는 이유가 있다. 장점이 많으니 오는 것이다. 벌써 20년 이상이다.
언제이던가. 2000년 달랏국제학교의 한국인 한반 숫자를 자료로 보니까 그 때도 이미 10명 이상이었다. 말레이시아 유학 역사는 그렇게 길다. 나 하나 ‘여긴 아니야’라고 외치면 ‘당랑거철’일 뿐이다. 어찌 일개 사마귀가 수레를 멈춰 세우겠는가?
그럼에도 일단은 조호바루는 거르고 시작하면 일단 50점은 맞고 말레이시아 유학을 시작한다고 본다. 나는 초등학생이라면 페낭, 그 이상이라면 쿠알라룸푸르를 추천한다.
결론
- 영어를 최대치로 준비하고 오라. 따라가기 버겁다. 가방 메고 학교 다닌다고 적응한 것은 아니다.
- 초등학교만 2, 3년 다닐거면 페낭에 가라. 대신 스토니허스트는 피하라. 마구잡이로 받는다.
- 미국 AP 학교로 쓸만한 곳이 없다. 미국은 SAT와 AP로 대학을 가는데, 말레이시아에 있는 AP 제공 미국식 국제학교는 각자 뚜렷한 약점이 있다. 이미 위에서 설명했다. 싱가포르도 대안이 아니고, 굳이 하자면 태국 치앙마이에 경제적인 학비의 미국계 기독교 국제학교가 있다.
- 아니면 미국식 국제학교 대신 영국식 국제학교 가운데 졸업반의 학비가 3000만원 이상인 학교를 선택할 경우 미국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즉 미국 대학 지망생도 어려운 IB가 부담스럽다면 영국계 국제학교를 가는 게 낫다. 물론 SAT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 IB 학교도 쓸만한 곳이 드물다. 굳이 따지자면, 미국식 ISKL과 IGBIS, 영국식 Nexus가 있다. 페낭의 IPS(또는 Uplands)는 ISKL의 반값에 성공케이스도 있긴 하다. 조호바루의 말보로도 KAIST를 보낸 적이 있다. 3000만원의 학비를 생각한다면 IGBIS, Nexus, 말보로까지 갈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결국 말레이시아는 영국계 케임브리지 국제학교만 매우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 400만, 500만원에서부터 3000만원이 넘어가는 학교까지 다양한 가격대이다. 그 점이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장점 중 최고 덕목이다.
- 그러나 영국계 국제학교를 나오면 12년 특례로 한국에 가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로 유학을 가는 것을 고려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영국의 A레벨 성적을 높게 쳐주지 않아 원하는 대학보다 못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국제학교 트랙을 타면 국내 대학 가기가 쉽지도 않고 한국어 수업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제주 국제학교에서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니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트랙을 타도 결국에는 유학을 가야 하는 기로에 서기 때문에, 가계 재정에 빅 픽처를 가지고 움직이시길 바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싱가포르 대학과 홍콩 대학이 유학지로 나오는 배경이다.